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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7.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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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왼쪽과 오른쪽

장주식 작가

좌우는 우리 삶에 중요한 요소를 닮고 있습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삶을 경계하는 말입니다. 좌익과 우익이라는 정치적인 함의를 가진 말은 엄청난 피바람을 불러오기도 했지요. 우리나라도 좌우익 싸움은 참 요란했습니다. 그런 엄혹한 시기에 어떤 시인은 이런 우스개를 하기도 했어요.

“버스운전사가 갑자기 핸들을 오른쪽으로 확 꺾으면 승객들은 모두 좌경화된다!”

군부독재가 정권을 잡고 좌익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잡아다 고문하고 심지어 죽이기도 할 때였습니다. 당시 ‘좌경화’라는 말은 매우 불온하고 무서운 말이었거든요. 시인의 말은 요즘말로 하면 ‘우습고도 슬픈’ 웃픈 농담이라 하겠습니다.

요즘은 좌뇌와 우뇌 이야기가 많습니다. 좌뇌와 우뇌는 기능차이가 있는데, 좌뇌는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반면 우뇌는 직관적이고 가치지향적이라는 겁니다. 좌우뇌가 차이를 가진다는 걸 처음 발견한 사람은 미국 신경생물학자 로저 스페리(Roger Sperry)입니다. 언어능력은 좌뇌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이 분이 발견했죠.

좌뇌는 논리나 이성, 언어습득 능력을 관장하고 우뇌는 감각과 직관, 공간지각력 등을 담당하는데 한국인은 우뇌 쪽이 발달한 것 같다고 주장하는 한국 학자도 있습니다. 한국인은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따지는 것 보다는 감정을 발산하면서 마시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긴 부여의 영고나 옥저의 동맹 같은 부족국가 시절 축제를 기록한 글에 보면 ‘동이인들은 술 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몇날 며칠 동안 잔치를 하며 즐긴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좌뇌나 우뇌나 대부분 기능을 공유하지만 특별히 집중된 기능이 있다는 것이지 좌뇌형인간이라거나 우뇌형인간이라고 결정해 버리면 곤란합니다. 마치 혈액형 A형은 다 소심하고 B형은 다 거칠다는 식으로 결정하면 안 되는 것이죠.

다만 좌뇌는 논리적인 추론에 더 강하고 우뇌는 직관에 더 강하다는 상대적인 차이를 인정하고 그렇게 그 기능을 응용하는 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노자도 좌우를 아주 많이 애기합니다. 자연스러운 도를 몸에 체득하고 있는 군자는 평화 시엔 왼쪽을 귀하게 여기고 전쟁 시에는 오른쪽을 귀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궁금하지만 노자의 말을 더 들어보고 이야기를 풀도록 하지요.

“좋은 일에는 왼쪽을 숭상하고 흉한 일에는 오른 쪽을 숭상한다. 그러므로 전쟁을 할 때에 편장군은 왼쪽에 앉고 상장군은 오른쪽에 앉는다.”

전쟁은 노자에 따르면 가장 흉한 일입니다. 전쟁은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파괴하는 것을 주로 하는 일이지요. 편장군과 상장군은 전쟁을 이끄는 지휘관들입니다. 상장군이 바로 총사령관이며 편장군은 부하장수들입니다. 상장군이 오른 쪽에 앉는 이유는 전쟁이 아주 흉한 일이기에 오른쪽을 숭상해서 그렇다고 노자는 말합니다. 그렇다면 오른쪽을 숭상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좌익, 우익 논리에 따르면 전쟁 시엔 우익의 주장을 숭상하라는 뜻일까요? 당연히 아니겠지요. 좌뇌, 우뇌 논리를 따르면 우뇌의 기능 그러니까 직관적이고 감정적으로 전쟁 치루는 걸 숭상하라는 것일까요? 당연히 아니지요. 노자가 살았던 당시 좌뇌, 우뇌 논리가 있을 리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노자는 좌우를 어떻게 봤을까요?

내가 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본다고 합시다. 그럼 내 왼쪽은 동이 되고 오른쪽은 서가 됩니다. 동은 해가 뜨는 곳이라 밝고 생명이 움트는 방향으로 비유합니다. 서는 해가 지는 곳이라 어둡고 생명이 잦아드는 곳으로 비유됩니다. 그렇다면 노자의 논리가 좀 이해가 됩니다. 평화 시에 왼쪽을 숭상한다는 말은, 생명을 살리는 기운이 가득하다는 뜻이 됩니다. 전쟁 시에 오른쪽을 숭상한다는 말은, 생명을 죽이는 기운이 가득하다는 뜻이 되는 것이죠.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파괴하는 행위를 아름답다고 찬양하는 기운이 가득한 상태. 그것이 바로 오른쪽을 숭상하는 때입니다.

그래서 노자는 말합니다. 결코 오른쪽을 숭상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요. 다만 정말 부득이 해서 무기를 쓰는 일이 생기고 또 싸움에서 이기게 된다하더라도, 그 승리를 정중하게 장례를 치르는 심정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죽음 위에 선 승리는 축제가 아니니까요. 우리가 개인 간 스포츠에서도 진정한 승리자는 먼저 패자를 따뜻하게 위로할 줄 아는 태도를 가집니다. 생명을 사랑하는 노자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노자도덕경 31장 : 夫佳兵者(부가병자)는 不祥之器(불상지기)라 物或惡之(물혹오지)하니

故有道者不處(고유도자불처)라. 君子居則貴左(군자거즉귀좌)하고 用兵則貴右(용병즉귀우)하니 兵者不祥之器(병자불상지기)므로 非君子之器(비군자지기)여서 不得已而用之(불득이이용지)에 恬淡爲上(염담위상)하고 勝而不美(승이불미)니라. 而美之者(이미지자)는 是樂殺人(시락살인)하나니 夫樂殺人者(부락살인자)는 則不可得志於天下矣(즉불가득지어천하의)라. 吉事尙左(길사상좌)하고 凶事尙右(흉사상우)하니 偏將軍居左(편장군거좌)하고 上將軍居右(상장군거우)는 言以喪禮處之(언이상례처지)라. 殺人之衆(살인지중)하니 以哀悲泣之(이애비읍지)는 戰勝以喪禮處之(전승이상례처지)하나니라.

무릇 훌륭하다는 무기는 상서롭지 않은 그릇이라 만물이 대부분 싫어하니 도 있는 사람은 가지지 않는다. 군자는 평화 시에 왼쪽을 귀하게 여기지만 무기를 써야할 때는 오른쪽을 귀하게 여긴다. (왼쪽은 살리는 곳이나 오른쪽은 죽이는 곳이다. 왼쪽은 밝고 오른쪽은 어둡다.) 무기는 상서롭지 않은 물건이라 군자가 쓸 물건이 아니지만 부득이 써야할 때엔 ‘평안하고 맑음 (사심 없이 공정하게)’을 최상으로 치고 승리를 아름다움으로 여기지 않는다. 만약 승리를 아름답게 여기는 자는 사람 죽이기를 즐기는 자이니 무릇 사람 죽이기를 즐기는 자는 세상에 뜻을 두어도 이룰 수 없으리라. 좋은 일에는 왼쪽을 숭상하고 흉한 일에는 오른쪽을 숭상하니 편장군은 왼쪽에 있고 상장군이 오른쪽에 있는 건 바로 상례로 전쟁을 대하는 것이다. 사람 죽이기를 많이 했으니 슬프고 참담함으로 울면서 전쟁 승리를 상례로 치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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