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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로두스다. 여기서 뛰어라!

여기가 로두스다. 여기서 뛰어라!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3.0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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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봉 경기도기본소득위원회 실무위원

졸업식이 끝났다. 많은 꽃다발을 주고받고 많은 덕담을 나눴을 것이다. 당연히 축하하고 축하받을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코앞에 놓인 현실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동안 3포세대, 5포세대 하는 말들이 떠돌았다. 그러다 급기야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까지 포기해야 한다는 7포세대를 지나 N포세대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러니 사실 졸업을 축하한다고 말하기조차 민망하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7포도 아니고 N포도 아닌 자포자기다. 끝까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이유다.

최근 방영된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명문대를 나와서 전문직을 얻거나 대기업에 취업해야만 사람대접 받을 것처럼 보여준다. 그러나 세상에는 더 고귀한 가치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경남 거창고는 학생들에게 ‘직업의 십계’라는 전혀 다른 세계를 가르친다. 이 ‘십계’는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뒤엎는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있는 곳으로 가라 등…”

어떤가? 당신이라면 할 수 있겠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돈 안 되는 일이 훌륭한 일이다. 누구나 싫어하는 일이 실은 신성한 일이다. 세상은 이런 사람들이 많아야 좋아진다.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그렇다!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할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운 공부에는 자기 생각이 들어있지 않다. 그냥 듣고 외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애플 신화를 만든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大) 졸업식에서 이렇게 축사를 했다.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의 생각에 얽매이는 함정에 빠져 살지 마세요. 시끄러운 타인의 목소리가 여러분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의 소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나는 졸업생들에게 ‘삶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물으며 가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젊을 때는 막연한 반면에 즐겁고 기쁜 일이 많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언제나 깨어나 물으면 삶 아닌 순간이 없다.

러시아 시인 레르몬토프는 <나 홀로 길을 가네>라는 시에서 “도대체 왜 나는 이토록 아프고 괴로운가?” 묻고 또 묻는다. 이 같은 물음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흔히 하는 말 중에 진짜 공부는 학교가 아닌 곳에서 한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서의 졸업은 죽기 전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논어> 위정(爲政)편에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는 말이 있다.

필자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자기화 과정이 없는 공부는 위험하다. 그저 머리로만 익히는 공부는 미혹하고 체계가 없는 것과 같다. 이것이 바로 아무것도 없는 것, 즉 망(罔)이다.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것은 배움이 없는 생각이란 기실 오류와 독단일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자기 생각에 빠진 사람은 독단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 말을 배움과 생각이 조화롭게 살라는 뜻으로 새기고 싶다.

위정편의 이 말은 통념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배우는 것만 맹신하는 데서 오는 오류와 자기 경험에만 의존하는 독단, 이 두 가지 모두 경계해야 될 것들임이 틀림없다.

늦었지만 졸업생들 모두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당신들은 이제 진짜 삶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제부터 바로 여기서 균형을 갖춰야 한다.

“여기가 로두스다. 여기서 뛰어라!(Hic Rhodus. Hic Saltus!)”

이솝우화 속의 이 말이 졸업생 모두에게 질책이 아닌 격려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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