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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로 배우는 인문학

한국말로 배우는 인문학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8.11.12 11:45
  • 수정 2018.11.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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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턱낼까? 쏠까?

최새힘 작가

한턱낼까? 쏠까?
남에게 음식을 크게 대접하는 일을 두고 한국 사람은 ‘한턱을 낸다’고 한다. ‘턱’은 평평한 곳에서 한 부분이 올라온 자리를 뜻하는데 이런 부분에 올라가는 것을 두고 ‘(올라) 타다’라고 한다. 사람의 턱도 같은 이유로 같은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이 말이 추상적인 의미를 가지면서 마땅한 까닭을 가리키게 되었는데 좋은 일이 있을 때 남에게 음식을 베푸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한턱에서 ‘한’은 ‘크다’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사전에는 ‘한턱내다’가 등재되어 있고 ‘쏘다’를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한턱쏘다’는 최근에야 유행하기 시작한 말인데 그저 내는 것보다 목표를 맞추기 위해 쏘는 행위는 더욱 적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내야만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분위기나 관계를 전환하기 위해서 목적을 가지고 한턱을 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쏘았던 것은 활과 쇠뇌이다. 특히 쇠뇌는 훈몽자회에서 ‘소니’로 기록되어 있는데 오늘날 ‘쏘다’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활이 월등하게 발전을 했고 만들고 쏘는 데에 필요한 용어의 대부분도 한자어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쩌다 ‘내다’라는 말을 대신할 다른 말들이 많이 있음에도 ‘쏘다’를 선택한 것일까? 쇠뇌와 달리 활은 살을 날려 과녁을 맞히는 것도 쉽지 않고 어느 정도 연습을 해도 항상 같은 수준의 재주를 유지할 수 있는 무기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을 비우고 과녁을 맞히기 보다는 그저 내는 일에 집중하였다.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한턱을 내는 일에서 쏘는 것으로 대체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말은 소리를 조금씩 바꿔 의미를 변화시킨다. 둘이 다른 것은 아니지만 개념상으로는 뜻이 확장되는 경로가 있고 뜻이 강해지는 경로가 있다. (1) ‘팔짝/펄쩍’, ‘붉다/밝다’처럼 양성모음과 음성모음을 서로 맞바꾼다. (2) ‘사다/싸다’와 같이 초성이 거센소리나 된소리가 된다. (3) ‘누다/눅다/눕다/눌다’와 같이 종성을 넣거나 바꾼다.
이러한 방법으로 의미를 확장하거나 강하게 할 수 없으면 마지막으로는 말을 다른 것으로 바꾼다. 정도에 따라 이미 있는 말에 다른 말을 추가하거나 완전히 다른 말로 바꾸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내다’와 ‘쏘다’는 뒤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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