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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가치와 농민수당

신 순 봉 (전)내일신문 사회문화팀 기자

(전)북토피아닷컴 편집주간

농가에 대한 기본소득제 지급이라는 일찍이 없었던 농업의 전환(轉換)이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 이 전환은 정치적 선택에 따른 전환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기술적 진보에 따른 전환과는 다르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의회는 최근 ‘기본소득제 도입을 위한 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계획대로 간다면 경기도는 여주시와 양평군을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내년부터 기본소득제를 지급하게 될 것이다.

초창기라 많은 금액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본소득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는 최초의 사회적 보상이기 때문에 그 의미는 매우 크다.

그런데 기본소득제는 기존에 실시하고 있는 직불제와 무엇이 다르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현재의 직불제는 경작면적 기준에 따라 지불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작면적 2헥타아르(ha) 이상의 대농 및 기업농이 더 유리하다.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직불금의 비중이 2014년 기준 2.7%에 불과하기 때문에 1ha 미만을 경작하는 농가의 경우에는 가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직불제보다는 조건 없이 생활에 필요한 기본소득을 충당해주는 효과적인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익히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는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그리고 연이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해 그동안 농민이 일방적인 피해를 감수해 왔다.

그 결과는 농가소득 감소와 농업인구 감소라는 현실로 나타났다.

농업인구는 1980년 1천83만 명에서 2017년 245만 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반면 고령인구의 비중은 41.2%로 높아져 농촌은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2016년 기준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소득과 비교할 때 63.5%에 불과하다.

이 지표는 쌀값 인상으로 인해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나마 나아진 결과이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농촌의 붕괴는 불 보듯 뻔하다. 시급히 농업정책을 전환해야 하는 이유다.

기본소득제 신설은 이 같은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라는 면에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농민 보호는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 어느 나라나 농업과 농민에 대한 보호가 절실한 실정이다.

스위스 같은 나라는 직불금 비중이 농가소득의 80%를 차지한다. 유럽 국가들은 이처럼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직불금 비중이 대체로 높다.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정책적으로 농민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이처럼 직불제, 농민수당, 농민기본소득제 등을 시행하는 이유는 농업이 갖는 고유한 특성 때문이다.

농업은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것 외에도 경제적, 환경적 기능을 담당한다.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농업과 농촌의 가치는 연간 약 2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회·문화 및 자연 경관 가치는 금액으로 환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홍수방지 및 토양보전 등 환경적 가치만 산정해도 146조원이나 된다는 보고가 있다.

이처럼 농업은 공익적, 다원적 기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다 좋은데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일단 경기도의 이번 조치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분담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앙정부에서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행하는 경우다. 이 경우 중앙정부는 ‘조건 없는 지원은 안 된다’거나 ‘예산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과제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은 “현재의 직불금을 재조정하면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농가 단위 기본소득제를 시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친환경농업 직불금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농가 기본소득으로 통합하는 방안이다.

2015년 기준 농가수 109만 가구에 호당 월 50만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총 6조54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의 농정예산 중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유럽연합(EU) 73.3%, 일본 34.6%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0.2%에 불과하다. 농정예산의 상당 부분을 기본소득으로 전환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 다음으로 가능한 것이 불필요한 사업성 예산 축소, 토건사업비 절감, 농어촌특별세 확대 등이다. 관건은 정부의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다.

농업의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다.

여주신문  yeoju@yeoju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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