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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人의 세계여행기 - 이동순의 스페인 여행 ⑩

여주人의 세계여행기 - 이동순의 스페인 여행 ⑩

  • 기자명 이동순 천송교회 담임목사
  • 입력 2018.02.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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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도바를 향해

알함브라 생맥주를 마신다. 갈증이 가신다. 빠예야를 먹고 계속되는 연주와 노래를 듣는다.

알함브라의 후손들의 화답송이다. 남아있는 동전들을 모두 모자에 넣었다. 한 청년이 기타 하나를 들고 호텔 캘리포니아를 노래한다. 스페니쉬 스타일이다. 기타 솔로 부분을 내가 옆에서 목소리로 가미하니 ‘솔로 나이스’를 외친다. 사람들이 다 좋아한다. 기분이 너무 좋다. 알함브라 궁전은 못 들어갔어도 큰 후회는 없다. 우리의 여행은 원래 그런 것이었다. 이국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언어가 부족해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체험 삶의 현장>이 여행 목적이었다. 이런 유명한 관광지는 TV에서 자주 보았다. 우리가 추구하는 여행을 제대로 하고 있다.

호텔에 들어와서 낮잠을 잤다. 일어나보니 7시가 넘었다. 시내 마트에 가서 어제처럼 연어 샐러드로 간단하게 저녁을 대신할까 하고 거리를 나서니 엄청난 인파가 길마다 가득하다. 사람들의 손에는 한 다발의 꽃이 들려있다. 노인 부부들이 많다. 아름답게 화장하고 멋들어진 옷으로 치장하고 손을 잡고 어깨를 감싸고 걸어간다. 성 마리아에게 꽃을 드리는 축제의 날인 것 같다. 기념행사를 하는 곳은 화려하게 관을 쓴 마리아상이 눈부시다. 포스터를 보니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리워진 가련한 아들, 예수를 무릎에 뉘어 놓은 그림이다. 그라나다의 큰 축제임이 분명하다. 아이스크림 상점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20가지의 메뉴가 적혀 있다. 그 중 <Copa futbol> 12번을 주문했다. 근처 벤치에 앉아서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마시며 즐기는 사람들 속에서 맛있게 먹었다. 마지막 크림을 먹을 즈음 양주의 싸한 맛이 입안을 자극한다. 시럽을 넣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별 경험을 다 한다.

13일째이다. 일찍 일어났다. 7시가 다 되었는데 캄캄하다. 호텔의 식당을 가보니 불은 꺼져있고 인기척이 없다. 8시부터 조식이라 결국 택시를 타고 그라나다 역으로 향했다. 청소를 하려고 통과 도구를 들고 다니는 여자 젊은이들이 너무 예쁘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인 듯하다.

코르도바를 가려면 그라나다 역에서 안떼께라까지 버스를 타고 세비야역에서 렌페(열차)를 타고 가야 한다. 그라나다 역에서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우왕좌왕한다. 그중 한국인 모녀가 있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서 당황해한다. 역무원에게 티켓을 보여주며 말을 해도 그 말을 알아들을 리 만무하다. 여기서는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고 말해주니 그때야 안심한 듯 미소를 짓는다. 코르도바에 도착했다. 숙소는 마에스뜨레 호텔이다. 한국의 소형 리조트 수준의 시설이다. 요리를 할 수 있는 모든 도구가 다 준비되어 있다. 전자렌지까지도~^^ 직원에게 대형마트가 어디에 있는지를 물어서 저녁은 간단한 요리를 하기로 했다. 훈제 닭, 샐러드, 소시지, 주스, 물, 과자, 바게트 빵 등을 사서 동료가 만든 닭 샐러드로 맛있고 풍성한 식사를 했다.

유명한 관광지인 메스키타 성당을 찾아갔다. 관람시간이 빠듯하다. 둘이 20유로의 입장권을 샀다. 엄청난 규모이다. 내부의 양식이 특이하다. 이슬람 세력과 정복 전쟁을 치열하게 하던 중세에 크리스챤 세력이 최종적으로 승리하면서 이슬람이 세운 모스크를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성당을 세웠다. 그런데 메스키타 모스크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 원형을 보존하고 그 내부에 성당을 들였다. 그러니까 모스크와 성당이 공존하는 것이다. 많은 교훈을 배운다. 감동할만한 아름다움은 어떤 사상도 종교도 무너뜨리거나 짓밟을 수 없고 그것이 사람이 살아갈 세상에서 평화를 만들어가는 방법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짐승 같은 부류들은 자기 사상, 자기 종교만을 고집하고 자기주장만을 앞세워 목젖을 드러내고 외친다. 그래서 적을 만든다. 평화는 사라지고 날카로운 눈으로 좌파니 우파니 진보니 보수니 한다. 촛불이니 태극기니 한다. 종교나, 사상이나, 지역감정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여기에 무슨 평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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