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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로하는 인문학>수리수리 마하수리

<한국말로하는 인문학>수리수리 마하수리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8.01.2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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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새힘(작가)

불교의 천수경은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로 시작하는데 이는 산스크리트어로 너무나 많이 알려지게 되면서 마술을 부리는 주문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면 우리말에서 ‘수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궁금하면 일단 ‘수리’가 들어가는 말을 모두 찾아서 무리와 갈래를 지으면 된다. 이러한 방법은 비단 말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이다.

‘수리’에는 (1) 열매로서 밤, 도토리, 개암, 상수리가 있고 (2) 새로는 수리, 참수리, 독수리, 물수리, 흰꼬리수리, 수리부엉이 등이 있다. 이들의 모양을 곰곰이 살펴보면 가시, 잎, 털과 같이 긴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수릿과의 새들은 하늘을 날 때 날개의 끝부분에 긴 깃털 몇 가닥이 뚜렷하고 수리부엉이는 눈썹모양의 긴 털이 있다. 그렇다면 ‘수리’는 ‘술’과 ‘이’의 결합인 것이 확실하다.

‘술’이란 장식을 위하여 여러 가닥의 실로 만든 것으로 ‘꽃술’, ‘끈술’과 같은 말도 있는 것으로 보아 논리적 순서로 볼 때 사람이 먼저 ‘술’을 만들어 놓고 동식물의 특징을 ‘술’로 잡아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이렇게 ‘수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면 이를 이용하여 만든 추상적인 의미를 가진 말의 뜻도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우선 ‘수리’를 반복한 ‘수리수리’는 또렷하게 볼 수 없고 어렴풋하게만 보인다는 뜻이다. 가는 실로 만든 물건이 제대로 보일 리가 없다. ‘두루뭉수리’는 ‘두루 뭉친 술’로 ‘알쏭달쏭’과 같이 분간하기 어렵다는 뜻이고 ‘우수리’는 ‘위로 뻗은 술’로 남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정수리’는 술을 세웠을 때 실이 사방으로 누워 술 가운데로 보이는 빈 부분을 말한다. 머리꼭지를 여기에 비유하였다.

영어 glamour는 ‘마법’과 같은 신비함을 뜻하는 말로 ‘문법’을 가리키는 그리스어 grammar와 뿌리가 같다. 문자를 모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글자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으로 보였을까. 마찬가지로 마법도 알고 보면 보이는 것처럼 대단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놀라운 능력을 갖추는 것은 ‘수리수리’ 눈속임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닥의 실을 모아 아름다운 ‘술’ 을 만들고 ‘두루뭉술’ 한 것을 술이 ‘술술’ 풀리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한국말로 세상을 슬기롭게 묶고 풀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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