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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진스님 명상의 글>설날
법진스님(소달문화연구원 원장, 송암사 주지)

 

 

 

 

 

 

 

 

까치가 요란하게 까아깍 울어대는 날

울 엄니 일죽 설 대목장에 다녀 오시며

양손에 무언가 잔뜩 들고 싸리문 앞을 들어서신다.

 

나는 눈이 동그래져 얼른 품에 안고 건너방으로 뛰었다

혹시 동생들이 탐을 낼까 조바심 아니였을까.

 

걸쳐 입고 있던 헌 윗돌이 벗어 던지고

잽싸게 나이롱 잠바 옷을 입어 본다.

약간은 큰 듯한데 입는 순간 포근함을 느낀다.

 

설날 아침 일찍 일어나

나이롱 잠바 입고 큰 집으로 뛰어드니

큰어머니 흰 앞치마 자락 손 닦으시며 얼른 오라 반기신다.

 

어머니 고운 손 정성으로 차린 차례상 앞 어르신들 앞줄 서시고

나는 사촌들과 뒤에 서서 할아버지 할머니 차례를 지내시고

모처럼 귀한 음식 작은 입에 잔뜩 집어넣고 올챙이 배 두드린다.

 

성묘 가는 길 어머님께 작은 소리로 사탕 달라 졸라대니

울 엄니 앞치마에 몰래 숨겨 주머니 깊이 담아 주시며 눈 맞추시네

가는 길 오는 길에 옥춘사탕 한입 물고 몰래몰래 먹었는데

동생 나를 보고 킬킬대며 형 입술 원숭이 똥꼬 닮았어 하며 뛴다.

 

나는 얼른 부엌 들어가 물 항아리에 바가지로 떠서 입 씻고

좋아하는 외발 썰매 꼬챙이로 어깨 메고 앞 논 얼음판 신나게 뛰어간다.

 

여주신문  yeoju@yeoju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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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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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경 2018-01-15 20:20:40

    지난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정겨운 아름다운 시 감사드림니다 법진 큰스님.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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