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가 요란하게 까아깍 울어대는 날
울 엄니 일죽 설 대목장에 다녀 오시며
양손에 무언가 잔뜩 들고 싸리문 앞을 들어서신다.
나는 눈이 동그래져 얼른 품에 안고 건너방으로 뛰었다
혹시 동생들이 탐을 낼까 조바심 아니였을까.
걸쳐 입고 있던 헌 윗돌이 벗어 던지고
잽싸게 나이롱 잠바 옷을 입어 본다.
약간은 큰 듯한데 입는 순간 포근함을 느낀다.
설날 아침 일찍 일어나
나이롱 잠바 입고 큰 집으로 뛰어드니
큰어머니 흰 앞치마 자락 손 닦으시며 얼른 오라 반기신다.
어머니 고운 손 정성으로 차린 차례상 앞 어르신들 앞줄 서시고
나는 사촌들과 뒤에 서서 할아버지 할머니 차례를 지내시고
모처럼 귀한 음식 작은 입에 잔뜩 집어넣고 올챙이 배 두드린다.
성묘 가는 길 어머님께 작은 소리로 사탕 달라 졸라대니
울 엄니 앞치마에 몰래 숨겨 주머니 깊이 담아 주시며 눈 맞추시네
가는 길 오는 길에 옥춘사탕 한입 물고 몰래몰래 먹었는데
동생 나를 보고 킬킬대며 형 입술 원숭이 똥꼬 닮았어 하며 뛴다.
나는 얼른 부엌 들어가 물 항아리에 바가지로 떠서 입 씻고
좋아하는 외발 썰매 꼬챙이로 어깨 메고 앞 논 얼음판 신나게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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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겨있는 정겨운 아름다운 시 감사드림니다 법진 큰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