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에 매화와 자목련 꽃이 지더니
복숭아, 앵두꽃이 따라 피었다.
긴 겨울 한기(寒氣)를 몰고 와 호령을 하던
동장군(冬將軍)이
훈풍에 갑옷을 벗어 던지고
봄 향기(春香)
연분홍 치맛자락에 덮여 늦잠을 자다가
큰 소리로
백의종군(白衣從軍)을 외쳐대도
따르는 무리가 없음을 늦게 깨닫고
무장지졸(無將之卒)의 신세를 탄(歎)하며
간밤
꼬리를 내리고 줄행랑을 쳤다.
가는 세월 잡지 못하고
오는 물결 막지 못하여
한겨울 벗고 떨던 나목들이
어깨위에 꽃을 훈장처럼 주렁주렁 매달고
당당하게 서서 봄의 전령을 맞이한다.
초록동산 온 산하(山河)가
꽃 잔치로 붐비는데
산마을은 향기로 그윽하다.
봄비는
호랑나비 등을 타고
훨훨 춤을 추며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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