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이 한쪽으로 기울어져가는 집
삭아가는 블록담장 위에 앉아 탐색하는 눈빛의 고양이 한 마리
담장 아래 헤 입 벌린 냉장고
잡풀이 우거진 마당 옆 돼지막에서 올라오기 시작한 박넝쿨은
집을 감싸나갔다
줄기는
멈춰버린 전기 차단기를 지나
녹슨 무쇠솥을 지나
뒷 툇마루 요강단지를 지나
거미줄로 막힌 봉창문을 지나
집 허리를 휘돌아
앞 툇마루에 머물도록 기웃기웃 숨 쉬듯
하얀 꽃을 이정표로 새겨나갔다
집의 혈관이 되어버린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박이 영그는 의미는 무엇일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앞 봉당의 중심에 서 있는 대들보에
한 말씀 새겨 있다
이곳의 물건에 손대지 마시오
집주인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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