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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독자詩>약속

<월요독자詩>약속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7.04.2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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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복순(시인, 여주문인협회 이사)

 

 

 

 

 

 

 

 

 

지붕이 한쪽으로 기울어져가는 집

삭아가는 블록담장 위에 앉아 탐색하는 눈빛의 고양이 한 마리

담장 아래 헤 입 벌린 냉장고

잡풀이 우거진 마당 옆 돼지막에서 올라오기 시작한 박넝쿨은

집을 감싸나갔다

 

 

줄기는

멈춰버린 전기 차단기를 지나

녹슨 무쇠솥을 지나

뒷 툇마루 요강단지를 지나

거미줄로 막힌 봉창문을 지나

집 허리를 휘돌아

앞 툇마루에 머물도록 기웃기웃 숨 쉬듯

하얀 꽃을 이정표로 새겨나갔다

 

 

집의 혈관이 되어버린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박이 영그는 의미는 무엇일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앞 봉당의 중심에 서 있는 대들보에

한 말씀 새겨 있다

 

 

이곳의 물건에 손대지 마시오

집주인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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