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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人의 세계여행기 - 박진수의 마추픽추③

여주人의 세계여행기 - 박진수의 마추픽추③

  • 기자명 박진수상상나무대표
  • 입력 2017.04.21 18:01
  • 수정 2017.04.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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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삶의 경계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간 중간 서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가방에 태극기 배지를 한 청년이 내 앞에서 서서 나랑 같은 자세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나는 설마설마 하면서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봤는데 그 친구는 으레 깜짝 놀라며 맞다 한다. 왜 이렇게 놀라느냐고 하니 내가 일본 사람인 줄 알았단다. 그렇게 밑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는 발걸음으로 옮겨 마추픽추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았을 때랑 새삼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정말 웅장하고 거대한 그렇지만 잘 가꾸어진 그런 문명의 도시, 그리고 이 많은 돌을 옮기기 위해 무수히 많은 사람의 희생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복잡 미묘하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참고로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는 잉카의 언어로 늙은 봉우리[마추픽추]와 젊은 봉우리[와이나픽추]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잠시 사색에 잠겨있는데 백발의 키가 큰 할아버지가 와서 말을 건다. 본인은 미국에서 혼자 왔다며 악수를 하자하고 이런저런 여행 이야기를 하고 나는 어디 왔는지 이런저런 질문 보따리를 늘어놓는다. 말이 너무 빨라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유쾌한 그 얼굴이 정말이지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방금 자기는 잉카 브리지를 다녀왔는데 너무 좋다고 너도 꼭 가보라 하고 가는 길을 알려주었는데 관광객 중 대부분 못 찾을 듯한 장소로 입구는 풀숲이고 표지판은 밑에 조그맣게 잉카 브리지로만 쓰여 있었다.

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좋은 기회다 싶어 잉카 브리지로 향했다. 한참을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니 중간에 조그맣게 안내센터가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잉카 브리지를 향하는 사람들이 이름과 시간을 적고 있었다. 너무 외지라 인원체크와 안전을 위해 그런가 보다 했다. 물론 나도 이름과 시간을 적었다.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조그만 언덕을 지나니 정말 으시으시한 다리 하나가 나왔다. 지금은 위험하여 폐쇄를 시켰는데 옛날에 이런 길로 어찌 다녔나 싶을 정도로 다리가 후덜덜 거렸다. 게다가 나는 고소공포증이 아주 조금 있기에….

그래도 근처까지는 가보자 싶어 약해 보이는 외줄을 잡고 이동을 하고 잉카 브리지에 도착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더 후덜덜 거렸지만 나도 모르는 짜릿함도 동반해왔다.

그리고 생각이 든 게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이런 길을 냈을까? 이 길은 어디로 이어져 있나?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런 길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녔을 그들이 생각 났다. 또한, 이 길을 만들었던 사람들, 단순히 관광을 넘어서 그들의 삶이 마추픽추 곳곳에 투영되어 보였다.

마추픽추는 고지대에 위치한 산꼭대기 부분에 지어졌는데 그 밑에는 협곡과 물들이 흐르고 있었고 산도 상당히 가파른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짜릿한 경험을 뒤로 하고 해가 지기 전에 어서 마추픽추를 구경하기로 해 이동을 했다. 마추픽추는 고대 도시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계획적으로 지어져 있다. 구획 별로 나뉘어 있으며 그리고 이 높은 지대에서 농사를 지었다고 하니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마추픽추는 관리인들이 있어 수시로 벽돌에 붙은 이끼나 이물질을 제거하고 청소를 꾸준히 하고 있다. 이곳은 하루에 오는 관광 인원만 해도 몇 천 명이 되니 조금만 소홀히 해도 금 방 훼손되는 건 시간문제 일듯했다.

 

마추픽추는 생각보다 많이 커서 겉으로 한 바퀴 안으로 한 바퀴 돌아도 한두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그리고 구석구석 지나다 보면 어느새 전혀 다른 곳에 온 것처럼 느껴지기에 정말이지 신기한 도시다. 도시 안에 있는 건물만 약 200호 정도 된다니 그도 그럴 만한 거 같다.

마추픽추에 오니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는데 외국 사람들은 가족과 아이와 함께 온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아이와 부모의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꼭 가족이 생기면 같이 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추픽추에는 사람 외에도 동물이 돌아다니는데 바로 알파카이다. 원래 마추픽추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관광객들을 위해 기르는 듯했다. 알파카의 귓등에는 각각 일련표가 부착되어 있었다. 오는 사람마다 사랑을 한가득 씩 주니 어쩌면 잘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또 모르겠다. 내가 알파카가 아니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어느덧 걷다 보니 공중도시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어릴 적 꿈꿔왔던 그곳에 나의 발길이 멈춰있다.

어떤 느낌인지는 설명할 순 없지만 내 환상 속의 도시 모습이랑 다르지 않아 정말 좋았다.

그리고 다시 또 올 수 있을까? 또 오고 싶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던 나와의 약속과 꿈을 보러 달려온 나에게 정말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새로운 꿈을 꾸며 또다시 어린 날의 나와 같이 오자는 다짐을 하고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합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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