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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걸레와 마른 걸레

젖은 걸레와 마른 걸레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7.02.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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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경(여주심리상담센터장)
어느 날 청소를 한다. 깨끗하게 하고 싶어 평소보다 좀 더 청소기도 돌리고 걸레질까지 모두 마친 후 편한 마음으로 휴식을 한다. 몸은 좀 힘들었지만 집안이 반짝일 것이라는 흡족한 마음에 좋았다.
 

헌데 문득 유리창을 바라보고는 순간 울적해진다. 유리창이 애쓴 것에 비해 반짝이지 않는 것이다. 이어서 화장실 거울도 보고 청소의 티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몇 곳을 확인해 보고는 낙담을 한다.
 

역시 청소는 어렵구나 싶어서 아쉬운 마음에 좀 더 걸레질을 더 해본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아쉬웠다. 그러다 보니 혼자서 생각이 더 해진다. 무언가를 깔끔히 정리하고 지운다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기에 지우고 싶은 것을 지우기 위한 좋은 방법을 추리 해본다.
 

우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청소나 일보다 마음의 어려움을 정리 하는 것이기에, 나의 전공을 살려 정리의 기술을 점검해본다. 떠올랐다. 떠오르는 순간 실행 해 본다. 우선 천천히 마른 걸레로 꼼꼼하게 거울의 상태를 살피며 유리의 결에 따라 온도를 맞추고 마른걸레질을 해본 것이다. 완전히 신기하게 유리가 반짝인다. 젖은 걸레질 보다 힘은 많이 들어가지만 깔끔하게 닦이고 반짝이며 기분을 좋게 만드는, 바로 내가 바라던 대로 상쾌한 청소가 되었다.
 

아 이것이구나 싶어 한참을 혼자 서있다. 아는 것임에도 나의 것이 되지 않았던 청소 방식.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젖은 일들을 만난다. 젖은 일의 예로는 하고 싶지 않는 것을 해야만 하는 것,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보면서 사는 것부터 원하는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어려움까지 살아가는 나날들에 뒤섞인 사연들 중 자신을 무겁게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러한 모든 것에는 젖음. 즉 불편함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불편함이 생기고 이를 우리는 스트레스라는 명칭 안에 묶어서 퉁 치는 것이다.
 

좀 더 지나면 앙금이 남고 이러한 것은 곧 트라우마라는 더 큰 흔적의 고통을 주게 된다.
 

이러한 축축함을 정리하는 방법은 청소에서 배운 지혜처럼 마른걸레질을 해주는 것이다. 마음에 온도를 맞추고 아픔의 결을 따라 천천히 닦아주면 유리의 반짝임처럼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된다. 그것이 만약 타인이면 좀 더 힘을 주어 닦는 것이다. 즉 용서라는 마른걸레질을 하는 것이다. 찌꺼기가 남으면 다시 지저분해 지기에 버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용서는 깔끔이가 청소하듯이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로운 창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지켜보는 것이기에 투명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유리가 깨끗하면 보는 대로 보이는 법이기에 편안한 시선이 된다. 즉 모든 사람과 사물을 바르게 볼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제 봄이 오려한다. 봄에 생동 할 땅속의 많은 꼬물거리는 생명체의 움직임처럼 이제 우리들의 마음도 생동하는 맑은 물로 속 청소를 해보면 좋겠다. 용서라는 마른걸레질과 더러움을 씻어내는 맑은 물의 향기를 준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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