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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지금 필요한 사람

내게 지금 필요한 사람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6.12.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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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성칠(여주시청 홍보팀장)
사무실에 작은 공간이 생겼습니다. 물이나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지요. 직원들이 힘을 합쳐 밋밋하던 통로에 의자를 놓고 치장을 하니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예쁜 사진들과 시(詩)와 명언 구절을 붙여 놓으니 한결 달라 보입니다.
 

어느 팀장은 이곳에서 커피를 끓입니다. 가장 먼저 출근해서 사무실에서 커피향이 나도록 만든 사람입니다. 직원들이 출근하면 그곳으로 모여들지요. 사소한 일상부터 신문과 방송 이야기가 나오고 간간이 웃음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이야기는 동료가 입은 옷부터 자녀, 드라마, 업무문제까지 자연스럽게 나아갑니다. 자신이 겪은 일, 들은 이야기, 영화감상, 읽은 책에 대한 느낌 등이 오고갑니다.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어느 직원이 겪은 자녀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는 반성문을 왜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친한 친구의 등을 때려 태어나 처음으로 반성문을 썼다는 대목에서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어른의 상상을 뛰어넘는 아이의 호기심에 웃으면서도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언젠가부터 우리사회는 실수를 두려워하는 풍토가 생겼습니다. 조직이라는 구조 때문입니다. 일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 오히려 직원을 구속하고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실수는 언제나 생기는 것이고 그로 인하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빼앗는 분위기가 안타깝습니다.
 

어린이에게 무언가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아침이나 점심에 삼삼오오 스스럼없이 경험과 업무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소통하면서 평등한 사회겠지요. 궁극적으로 서로에게 자기의 마음을 열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사무실을 찾아온 민원인은 억울한 일에 대한 호소부터 시작합니다. 불평은 공정하지 못한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기에 전후사정을 들어야 하지요. 중간에 말을 자르면 오히려 화를 내며 역효과가 납니다. 이때 공무원은 조심해야 합니다. 민원인의 목적이 업무처리가 아닌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문제 삼기 때문입니다.
 

나이와 경험이 많은 사람은 업무와 사람을 구분해서 듣습니다. 간간이 맞장구와 끄덕임도 필요하지요. 가슴속의 응어리가 풀리면 목적이 나옵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일은 두 번째이고 마음이 우선입니다. 민원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공정과 일을 처리한 사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경청(傾聽)은 귀 기울여 듣는 것입니다. 삼성의 이병철회장이 아들에게 써 준 글자가 ‘경청’입니다. 내가 말하지 않고 듣는다면 돌아가는 기미를 쉽게 알아차리고 대응할 수 있지만 자기 이야기만 한다면 전체분위기는 알 수 없지요.
 

사무실의 작은 문제부터 서로 소통하면 문제를 해결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대부분 이 소통은 ‘권위’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문제는 양방향이 아닌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불통이 일어납니다. 앞으로 가려만 하고 밀어주는 역할이 빠진 것입니다. 믿고 용기를 북돋우는 일은 아랫사람에게는 중요한 것입니다.
 

작은 공간을 통해 듣기를 실천하고 웃음까지 얻는 일을 소중하지요. 더구나 선후배로부터 공감과 지혜를 배울 수 있어 더욱 기쁠 것입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직장동료와 차 한 잔 마시며 함께 사는 기쁨을 나눈다면 따뜻한 겨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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