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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급감한 쌀소비 ‘여주쌀’ 돌파구가 필요하다

<기획>급감한 쌀소비 ‘여주쌀’ 돌파구가 필요하다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6.08.3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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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소비 줄고 재고량은 급증… 떨어지는 쌀값에 속수무책
우수품종 재배 늘리고 수출 확대 등 민관 협업 강화돼야


최근 조생종 신곡 출하를 앞두고 농협미곡종합처리장들이 밀어내기 식으로 재고처리에 나서 쌀값 하락폭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수확기에 벼를 수매했던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받는 ‘역계절진폭’이 확대돼 쌀을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평소 6만 원대에 팔리던 여주쌀도 최근 4만 원(20㎏)에 특가 판매될 정도다.


여주시 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여주통합RPC) 이사회가 이달 초 올해 조생종 벼 수매가를 5만7000원으로 확정하자 여주 농민단체들이 즉각 반발에 나서 결국 지난 19일 통합RPC 2층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2016년산 히도메보레 벼 수매가를 최고 7만원으로 결정했다.


쌀 산업에 있어 소비부진과 재고과다로 인한 어려움이 고착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 뿐 아니라 쌀 산업의 주체인 쌀 생산자, 지자체, 농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매년 햅쌀 수확기 때마다 벌어지는 수매가 결정 진통과 재고 쌀 털어내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여주쌀에 대한 문제점과 대책 방안을 기획 취재했다.<편집자주>


▲급감한 쌀 소비


요즘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


쌀밥을 식탁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워져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2012년 191.3g에서 2013년 184.0g, 2014년 178.2g, 2015년 172.4g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이 100~120g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밥 두 공기를 채 먹지 않는 셈이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도 2005년 80.7㎏에서 2015년 62.9㎏으로 최근 10년간 약 18㎏이 감소해 10년간 쌀 소비가 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밥이 보약’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차츰 약화되면서 쌀 소비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식생활의 서구화 탓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밥 대신 육류나 인스턴트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이유로 쌀 재고량은 증가하고 있다. 올해 6월말 현재 정부 쌀 재고량은 175만톤으로 지난해 같은시점 133만톤보다 42만톤이 많다. 이에 따라 산지 쌀값은 지난 5일 기준으로 14만1896원(80㎏기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16만24원)에 견줘 11.3%, 수확기(10~12월)에 비해 6.7% 낮아진 것이다.


쌀값이 크게 떨어졌는데도 소비부진 등으로 판매는 잘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재고만 쌓여가는 상황이다.

   
 

▲명성 높던 여주쌀


여주는 4계절 24절기가 뚜렷한 천혜의 기후, 팔당상수원보호구역의 맑은 물, 유기물 함량이 높은 건강한 황토 등으로 인해 최고의 농산물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점동면 흔암리 선사유적지에서 BC13~17세기로 추정되는 탄화미가 출토돼 예로부터 남한강 유역을 중심으로 벼농사를 오랫동안 재배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여주에서 나는 여주쌀은 우리 민족의 삶의 윤택함을 더해줬는데 성호사설, 신증동국여지승람, 조선왕조실록, 민요 등을 통해 여주 지역에서는 쌀이 유명하고, 또한 영조 26년 토지대장을 보면 내수사에서 직영해 벼를 재배했다는 기록과 헌종 13년, 철종 5년 등 왕실에서 벼 재배를 직영했다는 기록을 통해 여주 지역이 ‘왕실진상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여주시는 전국 유일의 쌀 산업특구 지역으로 2006년 지정돼, 대왕님표 여주쌀을 한국,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쌀로 만들기 위해 종자 선정부터 생산, 퇴비, 수확, 저장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과정과 최첨단의 시설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특히, 임금님께 진상을 하던 여주쌀은 찰기가 좋고 구수하며 1년 내내 그 맛이 변하지 않아, 예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품질 쌀로 사랑받아 왔다.


대왕님표 여주쌀은 2009년 5월부터 연간 360톤을 기내식으로 납품해 전 세계 17개국 항공사에 기내식으로 제공됐다. 그러나 5년간의 계약을 끝으로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또 같은 해 한 벤처기업은 대신면 논 1만2000㎡에서 ‘금 유기화 재배기술’을 이용 금이 함유된 기능성 쌀 재배에 성공해 80㎏ 쌀 50가마를 수확하기도 했다. 당시 ‘천수금’이란 상표를 붙인 금쌀은 일반 쌀보다 4~5배가량 비싼 원통형 2㎏에 2만2000원의 가격으로 백화점에서 판매됐다.


2012년에는 ‘신 여주 자채쌀 왕실진상답 육성사업’으로 진상벼 품종을 점동면 관한리에 예비단지를 비롯 약 90ha에 재배해 쌀 400톤을 생산 주요 백화점에 출하한 결과, 전량 판매됐을 뿐만 아니라 판매가격 또한 10kg 1포에 4만5000원에 판매 되는 등 백화점 판매 고급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여주쌀은 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이천쌀이 임금님표라는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어필을 했다. 전략은 주요해 여주쌀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여주쌀은 여마표라는 브랜드를 앞세웠지만 이천쌀의 인기를 막기에 어려웠다. 결국 대왕님표라는 브랜드를 내 놓으면서 여주쌀은 임금님표 짝퉁 브랜드라는 오명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는 이천쌀과는 경쟁상대가 안 되고 철원 오대쌀에게 2위 자리까지 넘겨주는 지경이 됐다.


▲쌀값하락의 원인


재고량 및 농협미곡종합처리장 경영 상황, 현재까지의 작황 등을 감안하면 수매량을 줄이고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랬다간 농민들의 반발을 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여주시 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여주통합RPC) 이사회가 지난 5일 올해 조생종 벼 수매가를 5만7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수매가 7만3000원에서 1만6000원(23%)을 낮춘 가격이다. 이 소식을 들은 여주 농민단체들이 즉각 반발에 나서 결국 히도메보레 벼 수매가를 최고 7만원으로 결정했다.


2015년산 대왕님표 여주쌀의 총 수매량은 3만1960톤으로 현재 재고가 3200여 톤이다. 여주통합RPC는 품질 좋은 명품 여주쌀을 만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3년 연속 풍년이 이어져 지금까지 좋은 쌀을 만들어 온 것이 허사가 됐다는 입장이다.


타 지역의 쌀도 품질이 많이 향상 돼 여주쌀이 맛은 좋아도 가격이 높아 시장에서 더 이상 큰 인기를 끌고 있지 못해 판매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현재 여주통합RPC의 적정 수매량은 2만5000톤 정도지만 지난해 3만1960여톤을 수매해 과다 재고량이 발생했으며, 올해 총 수매량은 3만4000여톤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적자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황과 재고현황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현실적인 수매가가 결정돼야 하지만 농민들의 생각이 달라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농민들은 쌀값이 떨어지면 농민들만 힘든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도 더 힘들어지는 만큼 쌀 수급조절이 먼저 정부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밥쌀용 쌀 수입과 관련해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지난해 수입된 6만톤의 밥쌀용 쌀이 올해 유통되면서 쌀값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고 쌀값 폭락은 풍년도, 재고 문제도 아닌 정부의 정책 실패에 있다는 설명이다.


농민 관계자는 “여주통합RPC에서 계속 여주쌀이 비싸서 안 팔린다고 값을 낮추려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다. 사람의 입도 브랜드와 같다. 여주쌀을 먹어본 사람은 계속해서 여주쌀만 찾는다. 여주쌀은 검증된 브랜드다. 브랜드파워를 더욱 높여야지 가격을 떨어뜨리면 안 된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쌀 판매 해법은?


쌀 판매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쌀 소비촉진을 통해 재고량을 줄여야 한다. 즉석밥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쌀 가공 산업도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가공용 쌀 소비량은 45만7000톤이었고 이 가운데 떡류가 18만8000톤으로 41.2%를 차지하면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밥류 9만8000톤(21.5%)·주류 4만7000톤(10.4%) 등의 순이었다. 2008년의 경우 떡류 위주였던 쌀 가공시장 경향이 이후 밥류와 주류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신장했다. 2008년과 2014년 부류별 매출액을 집계해보면 떡류는 26.4% 증가에 머문 반면 밥류는 733.3%, 주류는 339.7% 성장했다.


쌀 소비가 줄고 있는데도 가공용 쌀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 등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인 가구는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최근 즉석밥·가정간편식(HMR) 시장도 급성장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쌀을 가공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쌀값이 가장 중요하다.


쌀 가공업체 관계자는 “쌀은 밀에 비해 원재료 가격이 비싼 데다 가공비용도 1㎏당 500원 정도로 2배 이상 높다.”며 “가공산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가공용 쌀의 단가를 낮추고 계약재배를 확대해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여주통합RPC도 즉석밥 시장 진출을 위해 업계 관계자 등과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지만, 가격 단가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 즉석밥 사업을 보류한 상태다. 그렇지만 즉석밥 시장을 무시할 수 없어 현재 월 80톤의 여주쌀을 다른 즉석밥 업체에 납품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물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향후 OEM으로 즉석밥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게 되면 가격을 맞출 수 있는 가공용 쌀 생산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여주통합RPC와 농민들 간의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주통합RPC는 현재 쌀의 판매촉진을 위해 진공 소포장 쌀을 1~5kg단위로 개발해 신선도 유지와 유통기간증대, 쌀벌레방지 등 품질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공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아프리카에 여주쌀을 수출했으며 앞으로 수출량을 늘리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여주통합RPC 관계자는 “현재 여주에서 생산되는 쌀은 히도메보레 5%, 고시히카리 14%이고 나머지 81%가 추청(아끼바리)이다. 농민들도 쌀에 대한 차별화로 우수 품종에 대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농민들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여주쌀’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우선적으로 새로운 브랜드 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민들과 여주시 등에 따르면 ‘여주쌀’ 판매 홍보비로 7억5000여만 원의 예산이 세워져 있다. 이 예산으로 TV광고, 라디오 광고, 지하철 광고, 차량 랩핑 등의 매체 홍보와 ▲대왕님표 여주쌀 사랑 캠페인 ▲대왕님표 여주쌀 홍보 서한문 발송(유관기관 및 골프장, 기업체 등) ▲대왕님표 여주쌀 팔아주기 운동 ▲지역 내 요식업계 여주쌀 사용 추진 등의 여주쌀 판매 촉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이고 주먹구구식 홍보에서 탈피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여주쌀을 더욱 브랜드화 시킬 전략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근 지자체인 이천시의 경우 2008년 브랜드관리본부를 출범 현재 ‘임금님표 이천쌀’을 업계 1위로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택배비 지원 등 현실적인 지원 분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민회 관계자는 “RPC로 통합 전 각 지역농협에서 수매할 때는 농협이 죽기 살기로 쌀을 팔았다. 지역 조합장들과 일부 농민들이 편하자고 통합 했지만 결국 예전보다 더 못 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농협 조합원들에게 매월 판매현황, 재고량 등 수치를 보여줄 수 있는 회보를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농민들도 이를 통해 미리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지역주민은 “RPC 통합 당시 지역별 벼의 품질차이를 염려한 일부 농민들이 통합을 반대하기도 했다. 농민들도 수매가가 결정되고, 수매를 하고 나면 ‘나 몰라라’ 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며 “여주쌀 판매 촉진을 위해서는 통합RPC, 농민, 농협, 지자체 등이 함께 힘을 모아야 여주쌀 판매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에서는 쌀 판매 촉진을 위해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아침밥을 거르는 불규칙한 식습관은 비만 가능성이 30~50% 높아져 만성적 생활습관병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아침식사는 하루 중 오전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과 영양분을 보충하는 기회라 할 수 있는데 뇌의 대사에 가장 중요한 당분의 공급을 위해서는 아침식사가 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여주쌀이 잘 판매되기 위해서는 여주시민부터 여주쌀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이 알려지고 여주쌀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며, “앞으로도 고품질 명품 여주쌀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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