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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⑫

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⑫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5.08.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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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래(대신면 율촌리)
■ 제 4 장 동부에서 중부 전선


다음날 새벽 공격하는데, 웬일인지 적은 후퇴하고 소수 병력만 남아 우리의 공격을 지연시키려 대항했지만 어렵지 않게 목표를 점령하여 희생자가 많지 않았다. 고대산을 점령하고 사주경계를 하며 방어진을 구축하고 여러 날 주둔하고 있었다.


소대장이 진급하여 다른 곳으로 가고 신임 소대장인 최석진 소위가 우리 소대장으로 왔다. 소대장은 소대상황을 파악할 생각으로 분대장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근무하였는데 어느 비 내리는 날 소대장이 호출하여 찾아가니 비도 오고 적적하여 불렀다고 하며 소대근무에 대하여 이것저것 묻더니 작은 사진을 내어 놓으며 이거 원숭이 같지 않느냐고 묻는다. 언뜻 보기에도 원숭이 같았다. 누구냐고 물으니 소대장이 자기 사진이라 하며, 그 사진에 담긴 사연을 이야기 하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기 고향은 북한 신의주이며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제 시 중국에서 활약했던 광복군 계통으로 남한 비밀조직요원이었는데 체포된 동료 비밀요원이 발설하는 바람에 체포되어 수감 되었다.


감옥 안 가운데 원(圓)하나 그려놓고 사상범은 그 원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원 안에서 담요 한 장만 가지고 밤낮없이 앉아 있어야만 한다. 투옥된 지 삼 개월 동안 원 안에 앉아 있다 보니 무릎이 굳어 일어 설수가 없었다. 이렇게 옥살이를 하는 중 경비원 한 사람이 은밀히 묻는다.


“살아야 하지 않겠소!”
“어떻게?”
“탈옥!”


한 마디 던지고 사라졌다. 다음 근무하는 시간에 물으니 묻지 말고 몸부터 기동할 수 있도록 하라며 자기 근무시간이 0시부터 07시까지이니 그 시간에만 몸을 움직여 건강을 되찾으라고 해, 그 사람 근무시만 다리 운동을 하여 며칠 후 겨우 무릎이 떨어져 일어 설 수 있었다. 일어서고 보니 이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용솟음쳤다.


탈옥계획을 세워 준비를 하는데 수용된 감옥 바닥이 마룻바닥으로 못이 총총히 박혀 뜯을 수가 없었다. 생각 끝에 마룻바닥을 뜯을 연장이 필요해 도와주는 경비원에게 부탁해 대못 하나로 마룻바닥 못 언저리를 파기 시작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파니 마룻장 송판 한 장이 떨어졌다. 용기를 내어 열심히 작업한 끝에 사람하나 빠져 나갈 정도의 구멍이 생겼다. 작업을 시작한 지 삼 개월만이다. 달 없는 그믐날, 경비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없으면 간 줄 알라, 왜 나를 도와주느냐고 물으니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잘 가라고 하였다.


그믐날 마룻장을 뜯고 비좁은 틈을 기어 공기통 쪽으로 가니 공기통에는 철주가 몇 개 박혀있어 밑을 파내던가, 잘라내지 않고는 도저히 나갈 수가 없어 다시 옥사로 돌아왔다. 경비원이 왜 왔느냐고 해, 공기통 철장을 이야기를 하고 그 경비원 야간 근무시간을 이용 못 하나로 철장 밑을 파는데 이건 마룻장 뜯어내기보다 더 어려웠다.

 

그래도 살아야 겠다는 집념으로 파고 또 파, 일 개월쯤 되니 머리하나 나갈 구멍이 났다. 탈출이다. 설레면서도 두려웠다. 감옥에서 신의주 항구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 항구로 나가면 밀수 차, 정박하고 있는 남한 선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선박을 이용해야 한다. 탈출 할 날 감방에 사람이 자는 것처럼 담요로 위장해 놓고 마루 밑을 통하여 공기통으로 가니 때마침 야간 순찰 경비원이 지나간다. 때는 이때다. 야간 순찰은 한참 후에나 다시 올 것이다. 공기통을 통하여 탈출에 성공. 부두로 나가보니 선창 저 멀리 배 한 척이 정박해 있다. 선창 옆 물속에 들어가 경비원에 발각되지 않게 물속에서 호흡 조절을 위해 들락날락하며 선창 끝에 가니 배는 보인다. 죽을힘을 다해 헤엄쳐 배에 도착해 줄사다리로 배에 올랐다.


이 배가 북한 배인지 남한 배인지도 모른다. 오직 선박의 국적 여하에 따라 운명이 좌우될 판이다. 뒤에서 묻는다.
“당신 누구요.”
돌아서며 ‘살았다.’ 말씨가 북한 말씨가 아니다.

 

틀림없이 남한 선박이다. 나는 의주 감옥에서 탈출한 탈옥수라고 고백하고 살려달라고 목을 매니, 배 밑 창고로 데리고 가며 이 배는 남한 선박이다. 안심하라며 밑을 딴 드럼통을 들어 올리며 국경선을 넘어 갈 때까지만 숨어 있으라하며 주먹밥을 주었다. 그는 선장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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