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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⑧

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⑧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5.07.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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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래(대신면 율촌리)
■ 제 1 절 매봉산 전투


그러나 전체적인 공격이 진척되지 않자 연대장이 매봉산 꼭대기에 태극기를 제일 먼저 꽂는 사람에게 이 계급 특진에 포상 휴가까지 준다고 하였다.


이 때 자동 화기진지에서 포로를 생포하고 상봉에 오르려고 몇 번 시도한 끝에 포로를 몇 명 더 생포하며 상봉에 올라 적의 땅굴에 들어가 보니 인민군 내복인 팬티와 인 발싸개(양말 대신 발을 감는 천)가 호 속에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이곳이 인민군 보급소이다. 사방을 수색하니 생필품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적의 잔류병을 하나라도 더 잡기 위하여 사방을 수색하였다. 생포한 포로는 모두 칠, 팔 명으로 그중에 ‘의용군’이 있었다.


의용군이란 것을 알게 된 것도 포로 중 이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사계가 이천군 출신이며 포로로 잡힌 의용군 중 한 사람이 인사계 친구의 동생이었기 때문이다.


포로도 잡히는 시기와 장소가 중요 하다는 것을 나는 여기서 절실히 깨달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랫동안의 전투로 시달려 신경이 예민할 대로 예민해져 적이면 오로지 적일뿐, 포로라는 개념조차 잊고 있었다.


쉽게 말해 악만 남았다고나 할까? 따라서 이번 칠, 팔 명의 포로는 의용군이건 우리 편에 형의 친구가 있었건만 정상참작은 묵살되고 현장에서 모두 사살되었다. 그렇게 매봉산 전투는 끝이 났다.


매봉산 공격이 승리로 끝나자 연대장은 약속대로 매봉산 상봉에 제일 먼저 태극기를 꽂은 병사에게 이 계급 특진을 시키자, 뒤따라 이등을 한 이00 일병이 연대장에게 제일 먼저 국기를 꽂은 사람이 이 계급 특진이면 두 번째로 오른 사람은 일 계급 특진이라도 시켜 주어야 하지 않느냐 따지니 연대장이 대답했다.


“그럼 너는 일 계급 특진이다”


이등으로 올라간 이00 일병은 그렇게 진급했다. 며칠 후 연대장 지시라하며 전 병사들에게 일 계급씩 특진을 시켜 주었다. 그래서 나는 일등병에서 하사·상병으로 진급되어 부분대장이 되었다.


다음날부터 우리 대대는 인제 앞산과 강을 끼고 있는 우측 산에 방어진을 구축하고 소강상태로 지내는데 갑자기 적으로 부터 포탄이 몇 발 날아 왔다. 분대장이 큰일 났다고 한다. 상상도 못할 일이건만 오늘 저녁에 틀림없이 적의 공격이 있을 거라는 것이다. 분대장의 상황판단을 언제나 정확했기 때문에 설마 하면서도 믿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분대장은 분대원들에게 오늘 저녁에 적 공격이 있을 것이니 경계근무를 철저히 하라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부분대장인 나에게 오늘 무사히 넘길 것 같지 않으니 배낭의 사물과 피복, 실탄을 꺼내고 비상식량만 챙기라 했다.


분대장이 시키는 대로 다 버리고 비상식량만 배낭에 넣었다. 배낭을 챙기고 저녁을 먹고 나니 이상하게 분대장은 안절부절못한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여기 있다가는 당하니 빨리 뒤로 빠져야 산다며 나더러 떨어지지 말고 자기를 꼭 따르라한다.


밤이 지나고 새벽 먼동이 틀 무렵, 우측 3대대 쪽에서 총성 몇 발이 들려오자 분대장이 배낭을 지고 자기를 따르라 해 영문도 모르고 따라나서 후방 노루꼬리처럼 생긴 조금마한 능선 쪽으로 약 20m 가량 가는데. 갑자기 우리 분대 진지에서 아우성이다.


총소리 한 방 없이, 육박전이 벌어져 적과 아군이 어우러져 아수라장인데 위생병과 소대장 찾는 소리만 단말마처럼 들려오는 것이다.


분대장과 나는 사주경계를 하며 분대장은 진지 쪽을, 나는 반대편을 겨누고 감시 하는데, 우리 분대는 아수라장 속에 모두 사라졌는지 조용하다.


육박전에서 빠져나온 분대장과 부분대장인 내가 하산하는데 앞에 군인 한 명이 터덜터덜 내려가기에 상황을 물으니 자기는 3대대 병기계인데 3대대가 전멸 됐다고 한다. 산 밑에 집결지로 가보니 불과 이십 여명이 모였다.


측면 공격이라 하여 인민군은 이번 공격에 총 한 방 안 쏘고, 육박전으로 우측에서 좌측으로 공격을 해 온 것이다. 우리는 앞에서 오는 것만 알았지 측면에서 올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당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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