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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농업 여주 강소농

작지만 강한농업 여주 강소농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3.08.2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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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엔 ‘바보숲명상농원’ 있다

▲ 바보숲명상농원 대표 홍일선 시인

‘강소농’ 육성사업은 경쟁국에 비해 작은 영농 규모를 가지고 있는 한국 농업의 한계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소농의 약점을 강점으로 탈바꿈 시키고자 하는 실천 프로젝트 사업이다. 작지만 강한 농업인 강소농은 우리나라 농업구조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주체라 할 수 있다. 여주신문은 여주의 농업을 이끌어 가는 작지만 강한농업 여주의 ‘강소농’을 만나본다. [편집자주]


강원도 원주에서 흘러나오는 섬강(蟾江), 용인에서 시작한 청미천(淸渼川)과 만나는 지역인 점동면 도리1길 170-72번지에 ‘바보숲명상농원’농원이 자리 잡고 있다.
 

바보숲명상농원은 흙의 시인, 농민 시인으로 유명한 홍일선(62) 시인이 운영하는 토종닭 농장이다. 홍씨는 1980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등단, ‘농토의 역사’ ‘흙의 경전’ 등 시집을 낸 중견 시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서울에서 잡지사, 출판사 등에서 편집장으로 활동하다가 2006년 이곳을 우연히 찾았다가 강과 산의 아름다운 매력에 빠졌다. 50대 이후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도리에 정착한 그는 모래톱의 아름다움과 고라니 가족이 한가롭게 강을 거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시를 쓰지 않아도 행복하고 자연의 모습 자체가 남한강이 준 서사시에 감동을 느끼며 생활을 했다.
 

글을 쓰며 자신을 돌아보는 귀촌생활을 꿈꿨던 그는 그해 겨울 후배 아동문학 작가가 조류인플루엔자(AI)를 피해 가져다 준 토종닭 5마리와 인연을 맺으며 귀농생활을 시작했다.
 

지금은 어느덧 5마리가 700여마리로 늘어난 닭에게 홍씨는 양계나 토종닭이 아닌 닭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가 닭님이라 부르게 된 사연은 4대강 공사로 농장이 온통 소음에 휩싸였을 때도 숲속에서 병아리를 부화시키러 오는 어미를 보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아 그때부터 ‘님’자를 붙이고 있다고 한다.
 

바보숲명상농원 홍씨는 한낮 동안 그저 숲에 가서 맘껏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알을 낳거나 나뭇가지에 앉아 강변을 바라보며 보내는 닭과 함께 숲을 거닐며 명상하는 게 일과가 됐다.
 

그는 닭을 방목해서 키우는 이유는 ‘농업은 자연이다’는 생각으로 닭을 획일화 된 틀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상태에서 키우고 가족처럼 대하는 마음으로 함께 한다.
 

홍씨는 “최근 농업이 유기농이다. 친환경이라면서 웰빙, 힐링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만큼 농업이 아프다”며 “우리는 자연이 주는 소중한 양식을 감사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그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옛 방식의 농법을 추구하고 있다. 쌀겨(미강)와 옥수수가루, 고추씨, 숯가루 등 13가지를 버무려 자연형 퇴비도 만들어 토종닭 농장의 깔개로 사용하는데 닭들이 이곳에서 마음껏 지내며 먹이를 섭취하게 한다.
 

닭들이 사는 공간도 계사가 아니고 숲 전체다. 낮 동안 장군이봉 곳곳에서 지내다 오후에 돌아온다. 농장에는 계사가 있기는 하지만 닭을 가두는 공간이 아니라 쉬는 공간이라며, 풀어서 키우면서도 숲 어디에도 철조망조차 두르지 않고 있어 닭들은 넓은 숲을 맘껏 돌아다니며 알도 낳고, 그저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닭들이 자연에서 살면서 면역력도 커져 여름과 겨울에 냉·난방이 없어도 폭염이나 조류독감으로 폐사되는 닭이 없다. 또한 계사는 별도의 청소를 하지 않고 계분이 쌓여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형태다. 실제로 계사는 전혀 냄새가 나지 않을 정도로 쾌적하다.
 

▲ 홍일선 시인이 모시고 있는 닭님들

하지만, 그는 걱정이 하나 있었다. 5마리로 시작한 양계가 근친 교배로 열성 유전인자가 생긴 것은 아닌지? 늘 고민이었다. 어느날 농장을 찾은 우리나라 양계에 저명한 축산기술연구소 축산환경과 이덕수 교수는 “65%이상 크게는 80%가 토종 맞다”며 “배합사료가 열성 유전인자를 없애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50여년전 보릿고개로 배고픈 시절 우리 농산물은 개량되고 토종 가축을 없앤 것이 마음이 아프다”며 “옛날 방식의 농법으로 조상들의 지혜를 돌아보면 철학과 지혜, 사상을 재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흙·숲·강·햇볕·곡식에도 ‘님’자를 붙이고 이를 ‘5덕님’이라고 부른다. “5덕님과 사람이 공생 공락하는 게 농업”이라면서 “농업을 생명의 가치로 봐야지 돈의 가치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농장들도 최소한의 인건비, 재료비 등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형 농장들이 늘고 있다. 연매출 몇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강소농도 있지만, 홍씨는 1년 매출이 3천만원을 넘기기 힘들다. 사육하는 닭의 숫자가 적고 전통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생산성이 적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모실 수 있는 닭은 700마리뿐이다”며 “나는 지금의 수익에 감사하고 10배의 행복의 가치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달걀을 꺼낼 때마다 “닭님, 고맙습니다” 하고 먼저 인사를 올린다.
 

그는 더 이상 늘릴 생각은 없다. 처음부터 욕심이 없는 탓에 적게 생산하고 적게 소비하고, 자연과 더불어 자립하는 삶의 방식은 어느 덧 그가 머무를 여생의 거처가 됐다. 그는 느리고, 가난하고 생명을 받드는 삶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강소농 100인’에 선정돼 그에게 농법을 배우러 찾아오는 이들도 많아졌다.


홍씨는 귀농을 위한 사람들에게 ‘'바보숲 느림보강 등불학교’을 열고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1966년,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트랙터 등을 소유한 것을 보고 그는 “한때 농업대학을 가면 큰돈을 벌수 있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귀농인들에게 “농업은 돈이 아니다”며 “지속 가능한 농업의 인물이 돼야 하고 부자가 아닌 행복해지는 농업, 가축과 흙, 해, 물 등 자연이 행복해 지는 농업, 공생하는 농업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씨는 “저녁 5~6시 닭님들에게 밥을 줄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가축들의 생명의 존엄성을 알고 여주가 농업에 거룩하고 성스러운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삭막한 도시에서 귀농한 지 7년째, 그는 자발적 가난을 선택해 이 시대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시인에서 농부로 이어지는 인생 2막을 시작하고 있다. 그의 농법은 결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홍씨는 작지만 강한 농촌의 모델을 만들어 미래 생명농업의 성장동력이며, 새로운 행복가치를 추구하는 ‘강소농’의 대표적이고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농약 등 환경오염원을 모두 배제하고 오로지 자연의 순수한 요소들로만 구성된 물질들을 활용하여 농업 및 양계업 등을 추구하여 가족구성원끼리 생명영농을 영위토록 하는 것이다.
 

▲ 한편의 시가 된 바보숲명상농원 간판

‘바보숲명상농원’ 또한 이러한 강소농의 취지를 잘 활용하면서 새롭게 변모하는 농촌의 기쁨과 슬픔까지도 담아내는 ‘시인 농장’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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