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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고도 공정할 수 있나?

졸고도 공정할 수 있나?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2.12.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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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경(여주정신건강센터장)
살면서 법만 지키고 살아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도덕성도 지켜야 한다. 우리는 살면서 산다는 것에 여러 가지 갈등을 참으로 많이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떤 삶이 잘사는 삶인가에 대해 무던히도 질문을 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고민은 모두 잘 살다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리라, 우리가 희망하고 꿈꾸는 욕망이라는 것은 욕심과는 아주 다르다.
 

욕심은 먹고·자고·사는 기본적인 생리적인 기본 욕구가 채워지고 나면 더 좋은 것을 향하는 물질적인 것, 충족을 모르고 부리는 과욕을 의미한다면 욕망은 좀 더 잘해보고 싶은 긍정적인 면도 포함 되어 있다. 스피노자가 ‘내일 세상이 무너져도 한그루의 나무를 심자’고 한 것도 인간의 욕망의 표현이리라. 희망을 가지고 내가 그렇게 괜찮게 살아 의미 있는 존재이고 싶은 것이다.
 

최근 누군가와 공정한 심사를 받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겪은 일가운데 마음 상했던 것은 우선 작게는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적인 도덕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일로 배운사람들이 서로 밥그릇 빼앗기.
 

세상에는 이런 일들이 많아 약육강식이라는 말이 나오나보다 라는 탄식들이다. 처음엔 황당했고 나중에는 과정을 되짚어 보다 졸면서 심사를 하던 모습에 마음 쓰렸던 장면이 지나갔다. 순간 졸면서도 알아듣나? 졸면서도 공정할 수 있나?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인간이 인간답고 도덕적 덕목을 갖추며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은 맞는 것 같다. 나도 화를 심하게 내며 엄한 말을 하고 싶었으나, 살면서 별로 그렇게 살지를 못해서인지 며칠을 힘들게 보냈다. 속담에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말도 있고, 세월 흘러가면 알게 되는 진심이라는 것이 있기에 많이 마음 상해하지는 않으려 한다.
 

상담일을 하며 가끔 이러한 일로 억울해 하는 이에게 나누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 상대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그러한 기본적인 도덕성이 없는 사람에게 상처 받지 말아라 하던 이야기를 내가 내 자신에게 고요히 들려준다.
 

한 달 간을 아주 고약한 냄새를 맡으며 지냈다.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온갖 경험을 한 것 같다. 이제는 좀더 순하고 맑은 사람을 대하며 살고 싶다는 욕구가 간절하다. 센터에 나오는 식구들을 보면서 마음을 녹였다.
 

회원들의 가족들에게서 위로를 받고, 같이하던 옆의 다른 기관 선생님들이 대신 눈물로 나의 마음을 녹여주니 나는 여주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얻은 사람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는 엄청난 마음의 위로가 졸고 앉아있던 공정함을 이긴 것이다. 마음이 행복하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다시 한번 정확히 알게 되었다. 인간에게는 힘보다 소중한 것은 사람임을, 내 곁에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 참 감사하다.

 


<본지에 게재되는 모든 외부기고의 논조는 여주신문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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