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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

민도

  • 기자명 유지순(본사 객원논설위원)
  • 입력 2011.04.0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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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진 여파 때문에 온 세계 사람들이 가슴 아파하고, 걱정을 하고 있다. 일본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재해를 입어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주민들이 침착하고 질서정연하게 위기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온 세상이 찬탄을 보내고 있다. 세계 각처에서 큰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무질서와 약탈은 으레 저질러지는 것인 줄만 알았다. 일본처럼 주민들이 무서운 피해에도 우왕좌왕 하지 않고 질서를 지키고 양심을 지키는 나라는 처음 보았다. 일본의 매스컴도 차분하고 조용한 진행을 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한 것도 본받을 만한 일이다. 나라마다 발전하는 속도가 다르고 거기에 따라서 민도가 다르긴 하지만, 이번 지진 후 보여준 일본 국민의 태도에는 세계 각국에서 놀랄 만큼 높은 민도를 보여 주었다. 전에 일본여행 갔을 때 도회지는 물론이고 시골 구석구석을 돌아 다녀 보아도 휴지 하나 없이 깨끗한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남편도 몇 년 전 일본 규슈에 출장 간 적이 있었는데 마침 태풍이 닥쳐서 고생을 했다. 태풍이 지나간 후 바닷가에 나가보니 스트로폼 조각 하나 없이 바닷가가 깨끗한 것을 보고 놀랐다는 얘기를 했었다. 요즘 날씨가 따뜻해져서 집 뒤 산책로를 걸어 보았다. 길가에 널려있는 휴지가 얼마나 많은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겨우내 바람에 날려 다니던 휴지가 쌓여서 그렇게 많은 쓰레기를 만들었나보다. 날은 따뜻해져 사람들이 많이 다닐 텐 데 어떻게 이 많은 쓰레기를 처리할까 걱정도 되고 다시 일본에서 본 깨끗한 거리와 산야가 생각났다. 민도란 ‘국민의 문화생활의 정도’라고도 하고, 국민 수준이라고도 한다. 민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정신의식과 문화수준이 높다는 뜻이다. 민도를 높이려면 자기가 지켜야 될 의무를 잘 지키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하고, 양보와 희생이 따라야 된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로 귀화한 일본인 교수는 우리나라는 어려서부터 일등을 해야 된다는 교육만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을 키운다는 얘기를 했다. 일본에서는 말도 잘 못하는 어린 아기 때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교육을 제일 첫째로 삼았고, 워낙 지진이 많은 나라이니 재난사고에 대한 훈련과 사무라이 문화가 이어져 와서 명령을 잘 지키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성교육이 잘 된데서 민도가 절로 높아졌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민도가 높은 것은 어려서부터 잘 받은 교육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여러 나라들이 후진국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나 민도나 미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본다. 넓은 영토와 많은 자원을 가지고도 미국과 그렇게 다른 것은 정치가들에게도 책임이 있겠지만 국민의 의식이 그만큼 뒤떨어진 탓이다. 싱가폴은 전 세계에서 청렴도 1위의 나라다. 같은 중국인인데도 그렇게 사회가 청렴하고 깨끗한 것은 지도자 자신이 행동을 잘 해서 자신 있게 호되게 국민을 훈련시킨 탓이다. 누구든 훈련을 잘 받아 의식이 똑바로 박힌다면 민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이웃하고 있으면서 일본보다 더 수준 높은 민도를 가질 수 있을 텐 데도 높은 민도를 가졌다고 생각 되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 고민해 볼 문제다. 지도자가 모범을 보이고 잘 해야 국민이 신뢰를 한다. 올바른 지도자를 따라서 국민이 깨끗해 질 수 있고, 인내할 수 있으며, 국가를 위해 헌신할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차가 30여분 늦었다고 차창을 깨트리고, 차들은 질서와 법규를 지키지 않아 사고 나기가 일수다. 공중전화에서 전화기를 오래 붙들고 있어 기다리다 못해 빨리 끊으라고 했다고 사람을 죽이고, 지하철이나 버스, 기차에 타서도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큰소리로 전화를 하거나 떠든다. 일본 지하철에서 다리 벌리고 신문 넓게 펴서 읽는 사람과 전화하는 사람은 한국 사람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런 여러 가지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민도는 어디까지 왔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일본의 민도를 보고 온 세계가 감탄을 하는 것을 보며 우리도 얼마든지 그렇게 될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으니 자부심을 가질만한 민도를 높이도록 모두 힘을 썼으면 하는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하는데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된다 해도 민도가 거기에 따라가야 제대로 된 선진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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