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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제국의 위안부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제국의 위안부

  • 기자명 김수영
  • 입력 2022.07.2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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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기억을 받아들여야 할 때”

김수영 /여주시 중앙동 민원복지팀장
김수영 /여주시 중앙동 민원복지팀장

이 독후감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비난을 눅이고자 미리 밝히자면, 저는 2020년 8월 15일 한글시장 입구에 세워진 ‘여주 소녀상’ 건립을 위해 후원한 565명 중 한 명입니다.

‘여주 소녀상’은 여주 출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일본의 전쟁범죄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적극 활동하신 고(故) 이용녀 할머니(2013년 타계)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뜻도 담겨 있습니다.

여주시에서 일하는 공무원으로서 지역언론매체에,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아직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제국의 위안부」를 소개하는 게 심적으로 많은 부담이 됩니다. 괜한 논쟁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무척 우려스러웠습니다. 독후감을 쓰기까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저 또한 2014년 이 책이 사회적 논란과 함께 민․형사 사건으로 제소될 때부터 저자인 박유하 교수(세종대 일문과)와 「제국의 위안부」에 대해 무척 비판적이었습니다. 정작 ‘책을 읽어보지 않은 채’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했다는 언론 보도만 믿고 박 교수에 대해 무척 분개했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저자가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말한 부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위의 언급은 일본의 극우세력이 주장하는 “자발적 매춘부”라는 표현을 그대로 가져와도 일본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대표적인 인식은 “일본 정부에 의해서 강제로 연행, 납치되어 성노예 생활을 해야만 했던 여성들”(111쪽)입니다. 또한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20만 명의 소녀”(54쪽)입니다. “아직 어린 10대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가 노예처럼 성을 유린당한 조선의 소녀들, 우리가 아는 위안부란 그런 존재”(17쪽)입니다.

‘강제연행’, 이 부분이 아주 민감합니다. ‘강제연행’은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1990년 발족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약칭 정대협)'와 2016년 설립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이 줄곧 일본의 국가 차원의 사죄를 주장한 근거입니다. (참고로 정대협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은 2018년 7월 11일 통합해 ‘정의기억연대’, 약칭 정의연을 출범합니다.)

박유하 교수는 여러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과 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위안부가“‘국가범죄’로서의 동원은 아니었다.”(203쪽)라고 말합니다. 현재 ‘정의연’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 교수는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갔다고 말하는 위안부는 오히려 소수”(25쪽)라며, 실제는 식민지 가난한 여성들이 업자, 포주의 거짓 유혹에 의해 위안부로 가게 됐다고 말합니다. 조선의 여성들을 “‘위안부’로 만들기 위해 ‘강제로 끌어간’ 직접적인 주체는 대부분 포주이거나 업자였다.”(111쪽)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고 박 교수가 일본(제국)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책임을 반복해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조선인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가 된 것이 ‘식민지’에 대한 일본 제국권력의 결과인 이상 일본에 그 고통의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들을 직접 ‘동원’한 것이 업자들이었다고 해도, 또 그들이 ‘가라유키상’처럼 유괴되거나 자발적으로 팔려갔다고 해도 그건 변하지 않는다.”(49쪽~50쪽)

「제국의 위안부」는 식민 지배 당시 위안부의 현실을 고찰하고 있지만, 실제는 한국과 일본의 우호적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미래를 위해서는 답보 상태에 있는  ‘위안부 문제’가 양국의 국민들의 공감 속에 해결되어야 한다는 의지가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평범한 독자의 한 사람으로 볼 때 이 책은 한-일 양측의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있으며, 친일-반일의 이분법으로도 재단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이 책의 어떤 부분이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대한민국 헌법 제22조 제①항에 따라 이 책의 적합성 여부를 사법부가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여깁니다. 서울동지법 제11형사부의 판결 내용대로, 이 책의 “당부의 판단은 학문의 장에서 전문가들이, 나아가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모든 시민이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여 상호 검증과 논박을 거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할 것입니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공식 문제가 제기된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한-일 양국은 “위안부에 대해 ‘매춘부’와 ‘소녀’의 이미지를 각각 공적 기억화하며 대립”.(331쪽)하고 있습니다.

「제국의 위안부」는 이처럼 앞으로도 무한 반복될 것처럼 보이는 양국의 갈등에 대해 아직 알려지지 않았거나 소거됐던 사실관계와 책임을 분명히 하고, 한국과 일본 국민들간 놓여진 적대(敵)對의 밀림에 이해의 소로(小路)를 내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8월 15일로 1945년 광복을 맞은 지 77주년이 됩니다. 일본으로서는 패전 77주기가 됩니다. 2022년 8월 15일을 맞아 일본은 식민 지배와 제국주의 실패에 대한 자성과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한국은 피식민시대에 대한 다양한 의견 수용과 한-일 관계의 우호적 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도서정보 - 제국의 위안부

지은이: 박유하

출판사: 뿌리와이파리

출판일: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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