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신새벽, 비내섬의 부부

2020-09-14     조용연 주필

어둠을 밀고 어김없이 부부가 온다
세 마리의 개가 발을 디디면
30만 평은 그들만의 운동장이 된다

죽은 어미곁을 맴돌던 강아지가
영혼의 몸으로 뛰노는 새벽
폭우가 만든 늪은
엄마가 보고 있는 수영장이 된다

개들을 위해 산허리에
집을 마련하겠다는 부부의 설계는
사는 날의 경계 확장이다

부부의 넉넉한 하루하루가
며칠 뒤면 사라질 비내늪에서
붉은 서약의 침례를 받고 있다

*우연히 개를 데리고 일부러 충주에서 새벽같이 비내섬으로 매일 달려오는 부부가 궁금했다. 검은색 리트리버 두 마리와 진도견의 피가 섞인 녀석의 동행. 충주에서 만둣가게를 두 개나 열고 있는 만만찮은 일상에서 펄펄 뛰는 성견을 위해 아침마다 배려하는 부부의 성실에 감탄한다. 우연히 지나다 죽은 어미 곁을 떠나지 못하는 강아지를 데려다 키운 계기, 견공의 더 넓은 공간을 위해 처갓집 산 언덕으로 이주하겠다는 젊은 부부는 동물복지를 논하기 이전에 삶의 폭을 이미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