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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1

촛불1

  • 기자명 이종화(시인)
  • 입력 2009.07.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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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어린 가슴들 꽃 대신에 촛불 하나, 하나씩 들고 나와 얼음 녹듯 한데 엉겨 녹아서 강이 되어 흘렀다 빛 앞에 주춤주춤 물러서는 어둠 눈에 보이는 어둠은 어둠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조국은 너의 조국이 아니다 보이는 것보다 엄청나게 더 큰 어둠이 흔들리는 촛불을 막아선다 굳은 몸으로는 어둠을 이기지 못한다 얼음 녹듯 한데 엉겨 녹아서 흔들려도 좋으니 강처럼 막힘 없이 흘러야 한다 흔들리는 건 너의 서원(誓願)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어둠이 네가 가야 할 길이다 강물 위에 꽃잎 떠서 흐르듯 꽃 대신에 촛불 하나씩 켜들고 더없이 낮고 약하게 흘러라 2 타오르기로 동해의 핏빛 불덩이로 훌쩍 솟아오르기로 약속해놓고 저 검은 어둠 속곳을 들추었다 타오르기로 약속하지 않아도 너는 저 혼자 잘도 벌거벗는데 저 혼자 잘도 춤을 추는데 타오르기로 약속해놓고 비겁하고 음침하고 잔인무도한 자 겁탈한 자의 겁없는 어둠으로 네 앞에 꼬리 치켜들고 가야 할 길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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