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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동차시장의 위기와 한국車의 노사관계

세계자동차시장의 위기와 한국車의 노사관계

  • 기자명 이종헌(본사 사장)
  • 입력 2009.06.0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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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시장이 요동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 또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 세계 자동차시장은 3대 단층선을 축으로 지각을 변동시키고 있다. 첫째, 세계 자동차의 본산인 디트로이트가 왕년의 위용은 어디로 가고 황혼을 맞고 있다. 미국의 빅3 가운데 크라이슬러가 지난 4월30일 이래 파산 절차를 밟고 있고, GM 또한 6월1일 오전 뉴욕 파산법원 남부지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접수함으로써 GM은 101년 역사를 접고 ‘뉴 GM으로 탄생 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새 판을 짜기 위한 파격적인 합종연횡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폭스바겐이 포르쉐와 통합을 선언했고,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와 GM오펠을 흡수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미 빅3를 포함한 유수 브랜드 인수 경쟁도 치열하다. 셋째, 유럽차·소형차가 득세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순위 4위였던 폭스바겐이 1분기 소형차를 중심으로 143만여대를 판매해 2위로 급상승한 것이 비근한 예다. 글로벌 빅3가 도요타·GM·포드에서 도요타·폭스바겐·피아트로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해외 300만대+국내 300만대로 연 600만대 생산 규모를 갖춘 ‘자동차 한국’의 간판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처음으로 닛산을 제쳐 6위를 마크했다. 미 빅3는 물론 도요타까지 판매 부진과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는 와중에서 공격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마케팅전략을 앞세워 선발 메이커를 따라잡고 추월하고 있는 것이다. 그 탄력을 유지하고 보강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환률 효과가 진정된 이후에도 가격과 품질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미국 진출 확대를 위해 전력을 기울여온 폭스바겐·피아트 등 유럽 메이커들이 위협적인 경합 대상임은 물론이다. 지난 1978년, 누적되는 적자로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미국 크라이슬러는 당시 50대 중반의 젊은 사장을 포드로부터 영입한다. 이 경영자는 1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미국정부와 의회를 설득하는 동시에, 21개의 계열사 정리, 종업원 5만명 해고, 임금 삭감 등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전개한다. 그 결과 2차 오일쇼크 속에서도 크라이슬러는 1983년 흑자 전환과 함께 구제금융을 조기 상환하는 등 경영이 정상화되기에 이른다. 이 경영자가 이후 수많은 경영학석사(MBA)과정에서 ‘자동차업계의 전설’로 언급되고 있는 리 아이아코카이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빅3’로 자리매김해온 크라이슬러가 지난 4월30일 미국정부에 파산보호를 신청함으로써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14개 완성차 공장 중 7개가 폐쇄되고 4만8000여명의 직원 중 48%에 해당하는 2만3000여명이 감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설사 생존하게 된다 하더라도 군소업체로 전락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네럴모터스(GM)도 1일 파산보호를 신청하였으니 미국 자동차산업의 전성기를 이끌던 ‘빅3 시대’의 종말이 목전에 와 있는 셈이다. 이제 80대 중반에 접어든 아이아코카는 자신이 그토록 헌신했던 크라이슬러에 대해 최근 말문을 열었다. 요지는 오바마 정부에는 선처를, 크라이슬러 직원들에게는 위기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크라이슬러 직원들과 매니저, 딜러들이 현명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합심해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노련한 전문경영인은 모든 회사 구성원이 위기를 이겨내겠다는 각오로 합심하지 않으면 더 이상 크라이슬러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임을 인식했음이 분명하다. 이같은 크라이슬러의 사례가 한국 자동차산업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해 보인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지만, 그나마 환율상승에 힘입어 외국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글로벌 경제위기를 잘 견뎌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환율효과’가 사라지고 고질적인 전투적 노조문제가 재연된다면 어느 한순간 크라이슬러와 같은 처지에 빠질지 모르는 노릇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지난 5월 20일 발표된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전년에 비해 4단계 상승한 27위로 평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57개국 가운데 56위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노동계는 IMD의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으며, IMD가 고의적으로 국내 노사관계 질을 저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지난달 16일 민주노총 도심 집회에 등장한 죽창과 방석모를 쓴 경찰들을 바라보면서 이들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새삼 깨닫는다. 민주노총은 5월 19일 정부에 대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화물연대와 건설노조가 불법 집단행동을 진행하고 있고, 금속노조는 20일 쟁위행위 돌입을 위한 조정을 신청하는 등 강경 투쟁을 벌일 태세다. 이와 같이 6월 총파업과 정치투쟁에 매달리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대화 요구에서는 좀체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과격 시위만을 일삼는 조직은 더 이상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아니다. 지금은 묶고 있던 투쟁띠를 풀고 위기 극복을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노동운동가들은 6월 ‘총력투쟁’을 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의 근로자들이 이를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임에 틀림없다. 지금은 ‘구속될 각오로 투쟁하자’고 조합원을 선동할 때가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밖의 서거 및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강행으로 심각하게 봉착하고 있는 내부분열 및 국가 존망의 위기를 국민 총화로 극복하면서 근로자의 일자리를 지키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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