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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적순이 아닌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건강이 필요하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건강이 필요하다

  • 기자명 박영현(여주군정신보건센터장)
  • 입력 2009.05.2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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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시내 모 호텔 10층 객실에서 모 명문의대 본과 1학년생 박모(21)씨가 객실 유리창을 깨고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기사가 조선일보에 났다. 박씨는 풍선에 바람을 넣는 데 사용되는 기구를 이용해 객실 유리창을 깼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씨가 묵었던 객실에서는 ‘자세한 사연은 메일로 보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과 재산 등 모든 권리는 가족에게 위임한다’ 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한다. 그는 과학고 재학 시절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받았으며, 대학 진학 후에도 성적우수장학생으로 뽑히고 교환학생을 다녀오는 등 모범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경찰에서 “특별히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기사를 보고 필자는 왜 모두가 부러워하는 명문대 의대를 다니는 학생이 자살이라는 방법을 선택했을까 의문이 갔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실제 삶에서 성적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끼고 살고 있는데 말이다. 며칠 전 조선일보에 흥미로운 신문기사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행복은 성적순인가?, 명문대 출신들은 인생이 행복해 질까?, 아니면 도대체 행복한 인생을 살도록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이러한 궁금증을 밝힐 수 있는 연구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1937년 미국 하버드대 남학생 268명이 인생사례 연구를 위해 선발됐다. 세계 최고의 대학에 입학한 수재 중에서도 가장 똑똑하고 야심만만하고 환경에 적응을 잘하는 이들이었다. 후에 제35대 미국 대통령이 된 존 F 케네디(Kennedy), 워싱턴포스트 편집인으로서 닉슨의 워터게이트사건 보도를 총괄 지휘했던 벤 브래들리(Bradlee·현재 부사장)도 끼어 있었다. 당시 2학년생으로 전도유망했던 하버드생들의 일생을 72년에 걸쳐 추적한 결과가 12일 시사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 6월호에 공개됐다. 연구결과 47세 무렵까지 형성돼 있는 인간관계가 이후 생애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가장 안정적인 성공을 이뤘다. 연구 대상자의 약 3분의 1은 정신질환도 한때 겪었다. “하버드 엘리트라는 껍데기 아래엔 고통받는 심장이 있었다”고 잡지는 표현했다. 행복하게 늙어가는 데 필요한 요소는 7가지로 추려졌다. 고통에 적응하는 ‘성숙한 자세’가 첫째였고, 교육·안정적 결혼·금연·금주·운동·적당한 체중이 필요했다. 연구는 “잘 사는 삶에 일정한 공식이 있을까”라는 기본적인 의문에서 출발했다. 연구진에는 하버드대 생리학·약학·인류학·심리학 분야의 최고 두뇌들이 동원됐다. 이들은 정기적인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대상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체크했다. 268명 대상자 중 절반 정도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남은 이들도 80대, 90대에 이르렀다. 최고 엘리트답게 그들의 출발은 상쾌했다. 연방상원의원에 도전한 사람이 4명이었고 대통령도 나왔다. 유명한 소설가도 있었다. 그러나 연구 시작 후 10년이 지난 1948년 즈음부터 20명이 심각한 정신 질환을 호소했다. 50세 무렵엔 약 3분의 1이 한때 정신질환을 앓았다. 행복하게 나이가 들어가는데 필요한 ‘행복 요소’ 7가지 중, 50세에 5~6개를 갖춘 106명 중 절반이 80세에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었다. ‘불행하고 아픈’ 이들은 7.5%에 그쳤다. 반면 50세에 3개 이하를 갖춘 이들 중 80세에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개 이하의 요소를 갖춘 사람은 그 이상을 갖춘 사람보다 80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3배 높았다. (5월 14일자 조선일보 발췌) 필자가 주목한 것은 행복에 필요한 7가지 요소 중 첫 번째인 ‘고통에 적응하는 성숙한 자세’ 이다. 아까운 생을 자살로 마감한 유능한 명문대생에게 이런 적응자세와 마음의 건강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문의전화 881-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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