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4월의 노래를 들으며

4월의 노래를 들으며

  • 기자명 조대현(본사 객원논설위원)
  • 입력 2009.04.06 09:55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월 싱그러운 봄의 정취가 물씬한 아침이다. 겨우내 닫아두었던 창문을 열고 박목월 시인이 노랫말을 쓰고 쏘프라노 백남옥 교수가 노래한 4월의 노래 음반을 LP플레어에 올려놓는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바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아래서 별을 보노라/ ....... 가지마다 물이 올라 연초록색이 뿜어 나오는 버드나무 위로, 꽃잎을 활짝 열고 봄볕을 흠뻑 쏘이고 있는 산수유와 개나리, 그리고 꽃망울을 열어 봄날의 싱그러운 아침을 마중 나온 목련가지 사이로 부드럽고 청아한 음률이 퍼져나간다. 마을이장이 아침방송으로 성묘 시 산불을 각별히 조심하라는 당부를 한다. 백이와 숙제 형제가 충절을 지키며 수양산속에 숨어 지내다 이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황제가 일부러 산에 불을 놓았으나, 불사이군의 뜻을 굽히지 않고 끝내 불에 타 죽었다는 한식유래가 담긴 설화와 함께 떠오르는 인터넷에서 읽은 -당시 내 가치관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글이 생각나서 여기에 싣는다. 『백이와 숙제 형제가 정절을 지켜 얻은 것이 무엇이냐, 이 두형제가 무왕의 뜻을 못이기는 체 하고 받아들였다면 높은 벼슬길에 올라 막강한 권력으로 호의호식할 수 있었는데, 공연한 고집을 부려 좋은 기회는 물론 생명까지 잃게 되는 우를 범하였다. 백이와 숙제는 충신이기 보다 바보였다』는 요지의 글이다. 빌 게이츠는 앞으로 다가 올 10년 동안에는 지난 50년간의 변화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활 전반에 걸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 예측과 같이 사회는 놀라운 속도로 변화해 가고 있다. 과거의 전통, 역사 같은 기억이 사라져가고 개인, 가정, 사회 모두의 가치가 물질문화를 우선시하는 형태로 바뀌어져 지금까지 소중하게 여겨왔던 사랑, 결혼,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역할도 달라져 가고 있다. 부모가 갖추어야할 사랑, 돌봄, 희생의 미덕이 사라져 워킹 맘, 워킹 파더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의식의 가치 변화를 젊은이들은 당연하게 생각하여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보편화되어가는 현실에서, 한식날을 정하게 된 연유에 대하여 요즘 젊은이들이 새롭게 판단하고 받아들이는 가치변화를 그렇게 놀랍게 여길 일이 아닌 것 같다. 4월 1일은 만우절이다. 그래서 4월의 바보(April Fool)로 더 알려져 있다. 만우절 유래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서구에서 전래된 풍습은 단순하게 남을 속이거나, 헛심부름을 시키고, 사람을 놀리는 관습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속아 줌으로써 바보스럽게 보이는 날로서의 의미에 더 큰 뜻이 담겨 있지 않을까 한다. 모든 날을 정직하게 살고 만우절 단 하루 거짓을 해도 좋다는 사회적 약속은 바보가 되는 것과는 의미가 사뭇 다르다. 거짓으로 인한 병폐를 몸으로 체험하면서 옳고 그름을 판별하고 잘못을 고치는데 노력할줄 아는 사람, 속지 않겠다는 단순함이 아니라는 남을 속이지 않겠다는 각오와 속임을 흔쾌히 받아드리려는 통찰과 포용의 슬기를 키우자는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으로 오래 간직하여 지켜가야 할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청명이자 한식일, 그리고 만우절 풍습이 전해 내려오는 4월을 열면서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물결이 과거에 대한 기억을 지워내고 현재만을 새롭게 받아드리려는 단순한 변화이기보다는, 기대와 희망이 담긴 과거의 아름다운 모습을 오래 간직하는 모습이 깃들여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요즘처럼 사회가 불안정하고, 어렵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어버릴 만한 새로운 바람이 일게 하기 위하여 그동안 바보스럽게 생각하였던 묵은 일들을 통찰과 배려의 마음으로 훌쩍 벗어버리는 포용과 여유롭고 티 없는 싱그러운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의 모든 날이 봄 뜰에 가득 찬 4월의 노래 선율과 노랫말 같은 아련함이 피어오르고 봄기운에 찬 무지개 구름 꽃이 활짝 피어나는 날들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