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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을 넘는 지혜

경제 불황을 넘는 지혜

  • 기자명 조대현(본사 객원논설위원)
  • 입력 2009.03.0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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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상에 오른 김장김치를 입에 넣으니 지난 초겨울 담근 김장김치가 우수가 지나 겨울이 다 갔는데도 아직도 풋 맛이다. 이러니 김칫국 맛인들 제 맛을 느낄 수 있으랴! 김치 냉장고 탓을 한다. 그래도 김치 냉장고 덕분에 한 여름에도 김장김치를 먹을 수 있고 주부가 편하기는 이를 데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역서는 한해를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季) 또는 사시/사철, 12달, 24절기(節氣), 72후(候)로 나누었다. 매 5일이 1후(候), 7일이 1주(週), 10일이 1순(旬), 15일이 3후(候) 절기(節氣), 보름, 30일이 1월(月), 3순(旬) 90일이 6기(氣), 1계(季), 시(時), 철, 로 주기하여 일반적으로 철이라고 하면 4계절과 24절기를 말한다. 흔히 24절기를 이야기하면 신세대 문화에 걸맞지 않는 구세대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일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절기의 변화를 바르게 인식하는 것이야 말로 과학적 생활의 기조이고 건강한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요즈음 제대로 된 웰빙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생각에서 구전되는 봄 절기 찬가를 소개해본다. 『입춘』 동풍에 얼음 풀리고 겨울지낸 벌레 깨어나기 시작하며 얼음아래 물고기모습이 비친다. 『우수』 수달이 잡은 고기 진설하고 초목이 물이 올라 싹내기 시작한다. 『경칩』 복숭아 꽃망울 열기시작하고 꾀꼬리 울어 구애한다. 『춘분』 제비 날아오고 번개치고 우레 소리 들리기 시작한다. 『청명』 오동 꽃 피기 시작하고 무지개가 첫 선을 보인다. 『곡우』 부평초 싹 나기 시작하고 비둘기 깃치고 노래하며 뻐꾸기 뽕밭에 날아 앉는다. 인터넷 사전에는 『철부지』란 절기의 변화를 잘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서 동양권에서는 철은 지혜를 가리키는 말로 쓰여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구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부르며 ‘철이 들다’와 반하는 의미로 쓰인다고 풀이했다. 고전 효자이야기에 제철이 아닌 산딸기나 복숭아등을 신령님의 감화로 구하여 부모님의 병환을 낳게 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할 정도로 제철이 아닌 것을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 있지 아니 하고는 불가하였기에 이런 말이 만들어졌겠지만, 지금은 시공을 초월하여 원하는 것 무엇이든지 구할 수 있어 철부지라는 단어는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인위적인 환경조건에서 만들어진 먹거리가 자연환경에서 자란 야생보다 질이나 가치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배일호가 노랫말을 지어 부르고 80년대부터 농협이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하고 있는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일본식 한자 표현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 생산된 것이 자신에게 가장 좋다는’ 뜻이 함유되어 있듯이 먹는 것만이 아니고 생활하는 것 모두가 신토불이라면 분명 우리는 지금 철을 모르고 지내는 『철부지』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이 “좋은 물건을 싸게”의 시대에서 “더 새로운 것을 더 빨리”의 시대로 핵심이 바뀌면서 땀 흘려 일하려하지 않고, 여유가 생기면 저축하기보다 즐기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은행 대출로 집을 새로 짓고, 치장하고, 사재기하여 재산을 늘리는 이른바 미국식 자본주의 「아메리칸 스탠더드」는 전 세계가 경제적 몸살을 앓는 역풍을 일으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도 그 한계를 보이고 「소비자 취향과 욕구를 맞출 수 있는 제품을 가장 쉽고 빠르게」 라는 과거에는 경험해보지 못하였던 전혀 새로운 패턴의 경제 질서가 생겨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사람은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한 생명체로서 신토불이 범주 안에서 욕구가 발생한다. 때문에 철을 모르고서는 소비자의 욕구를 맞출 수 없다. 지금 사회가 앓고 있는 불황은 사람의 욕구와 질을 무시하고 돈벌이에만 급급한데서 발생된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생산자(나)와 소비자(나)모두가 진정한 정성이 담긴 마음(정성)과 마음(정성)을 나누는 『사랑의 물물교환 시장』 질서가 불황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는 속도 경쟁에 급급한 개인들은 카멜레온처럼 몸과 마음의 상태를 바꾸면서 돈 이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대왔다. 특히 경제성장 제일주의가 낳은 『빨리빨리』 문화까지 동승하여 하이퍼문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다. 이러한 하이퍼문화의 병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술과 속도에의 집착에서 가급적 철의 변화에 근접하여 여유를 가지고 느리게 사는 인식의 대 전환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경제 불황을 넘는 진정한 지혜이고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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