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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를 꿈꾼다면

지도자를 꿈꾼다면

  • 기자명 추성칠(본사 객원논설위원)
  • 입력 2008.11.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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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의 4현제였으며 ‘명상록’의 저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지혜, 정의감, 강인성, 절제력을 꼽았다. 그는 당대 스토아학파의 철학자이면서 최고 군사령관이었으며,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지도자였다. 지도자는 조직의 안정과 발전을 위하여 미래를 기획하고 실천에 옮기는 과정에서 지혜가 요구된다. 조직이 처한 상황에 대한 판단과 조직의 앞날을 위한 필요를 결합시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지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조직을 다스리는 지도자는 옳고 그름을 가려 옳은 것은 택하고 그른 것은 버리는 도덕적 판단력과 실천력이 필요하다. 서양에서 정의의 여신은 왼손에는 저울을 오른손에는 생명을 자르기 위한 칼을 들고 있다. 여신은 사사로운 감정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있다. 강인성은 어려움, 역경, 위험 등을 극복하기 위한 힘을 말한다. 우리의 역사에서 백제의 계백이나 조선의 성삼문은 강인했다. 부러질지언정 구부러지지 않는 정신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의 기적을 이루어낸 민족의 강한 면모를 본다. 절제력은 자기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여 균형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다. 지혜, 정의감, 강인성이 외적 요소라면 절제력은 내적 요인이다. 지도자가 도덕, 정신적 차원에서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면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하여 통솔력을 잃고 말 것이다. 지도자가 절제력을 발휘하여야 할 주요 영역의 하나는 바로 검소함이다. 베트남의 호치민 대통령이 기거했던 주택은 방 두 칸짜리 작고 허술한 건물로 지금은 하노이의 관광명소가 되어 있다. 검소한 지도자 덕분에 가난한 베트남이 최강 미국과 싸워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덕목으로 순수함이 있다. 지도자의 순수함은 시간이 흘러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게 만든다. 순수함은 연민과 더불어 마음에 가장 오래도록 남는 감정이다. 연민은 상상력을 일으키지 않지만 순수함은 신비감과 더불어 신격화까지 불러일으킨다. 필리핀의 호세 리잘은 스페인의 식민통치시대에 태어나 필리핀의 독립을 위해 순교한 지도자이다. 리잘이 청년시절 음악을 공부하는 소녀 리베라를 만나 사랑을 약속하고 프랑스로 의학공부를 위해 떠난다. 여기에서 필리핀 국민을 각성시키는 소설을 출간했고 금서가 된다. 스페인 치하에 필리핀 정부에 의해 돌아오지 못한 리잘과 리베라 사이에는 애절한 편지만 오갔고, 혼기가 찬 딸의 장래를 걱정한 리베라의 부모는 우체국 직원과 짜고 리잘이 보내는 편지를 빼돌렸고 “이제 편지도 하지 않는 리잘의 마음이 변했다”라고 설득해 다른 사람과 혼사를 추진했다. 리베라는 앞으로 피아노를 치지 않겠으며 일생을 노래도 부르지 않는 조건으로 부모의 소원대로 결혼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나지 않아 리베라는 병을 얻게 눕게 되었고, 리잘이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날 입고 나갔던 필리핀 전통의상인 사야(saya)를 입고 세상을 떠났다. 리잘은 귀국하여 1896년 12월 30일 처형당할 때까지 리베라의 편지를 간직했고, 처형 전날 유품 속에 몰래 남긴 70행시 「조국에 바치는 마지막 고별」은 세계에서 가장 애절한 애국시로 남아있다. 리잘이 처형당한 곳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리잘과 리베라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은 죽음 때문만은 아니다. 처음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지켜나가는 순수함과 비련(悲戀) 때문에 뇌리에 강렬하게 남는다. 리베라가 입었던 옷과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주인공이 입혀달라던 옷이 의미하는 것이 순수함이다. 시대의 그림자는 어둡고 암울하다. 이를 걷어내는 것은 비전이다. 지도자가 갖고 있는 비전이라는 프리즘을 통하여 미래의 무지개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네 가지 덕목과 더불어 순수함까지 가지고 있다면 신(神)의 영역에 좀더 가까운 지도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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