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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시민축구단의 해체를 바라보는 단상

[의정칼럼] 시민축구단의 해체를 바라보는 단상

  • 기자명 서광범 여주시의회 부의장
  • 입력 2020.11.12 11:44
  • 수정 2020.11.1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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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범 여주시의회 부의장

시민들의 청원과 들끓는 재고요청에도 불구하고 여주시민축구단의 해체가 최종 결정되었다. 최종 결정을 의결한 기관은 여주시체육회 이사회라고 한다. 이사회가 어떤 진지한 논의과정을 거쳤는지는 직접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어쨌든 이사회 투표를 통해 의결한 사항이라니 현재로서는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축구를 좋아하는 생활체육인의 한사람으로서 그간 시민축구단의 해체 결정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애통한 마음을 달래보고자 한다.  

첫째, 민선체육회에 대한 기대감의 상실이 안타깝다.

지난 1월 초대 민선체육회장이 선출되면서 여주시체육회가 어떻게 멋진 변신을 할지 관심과 기대가 컸다. 체육회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되고, 의견이 수렴되고, 여주시 생활체육의 르네상스가 열리는 꿈을 꾸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활동이 제한되는 비상국면을 겪으면서도, 유연성과 창의력이 생명인 민선체육회이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획기적 차원의 방역적 체육활동 아이디어를 줄 것이라는 기대까지 했었다. 

그러나 여주시체육회의 대응방법은 그냥 움츠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없애도 자르고 해체하고의 방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가장 초보적인 수준이다. 여주시 생활체육을 이끌어 나가는 체육회라면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없애기 이전에 개선을 해야 하는 것이 순서고, 단정하기 전에 충분히 숙고하는 것이 민선조직의 핵심이다. 그 기대를 저버린 점이 안타까운 것이다.

둘째, 그러기에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축구단은 그야말로 시민을 위한 기구이지, 몇몇이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임의조직이 아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서 어렵게 탄생하였고, 그 동안 시민의 세금으로 키워온 조직이다. 문제가 많았다면 문제를 풀어야 하고, 해체가 필요하다면 결성 때 보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비유가 과할지 모르지만, 마치 어렵게 태어난 아이를 건강하지 않다고 해서 내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모든 조직은 유기체이다. 시민축구단은 이름만 있는 축구단이 아니라 수십 명의 선수가 활동하는 살아있는 조직이다. 선수들의 현재가, 미래가, 인생이 달려있는 엄중한 문제이다.

이것을 과연 상임이사회라는 정체성이 불분명한 기관에서 결정했다고 했다. 문제를 제기하니 마지못해 이사회를 열었다. 51명 이사 중 20%인 10여명이 불참하고, 41명이 참석해서 25대16으로 해체를 결정했다고 한다. 40%는 해체에 반대한 것이다. 다수결도 좋지만 40%의 의견이 묵살되어도 좋을 만큼 해체가 시급한 것인가? 절실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일 불참자 10명이 해체에 반대하는 의견이라면? 가정은 허무하지만 절차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다.

셋째, 포용력이 없는 조직의 미래가 우려되고 걱정스럽다.

제갈량이 전투에서 패배한 마속을 베어버린 읍참마속(揖斬馬謖)은 조직운영의 기본일지 모른다. 하지만 너무 과해도 수준 미달이 된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도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상대방의 운속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 속의 대들보는 돋본다는 예수의 경고를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과실을 꼬투리 잡는 것은 행패일 뿐이다. 

시민축구단은 여주시체육회 산하이다. 시민축구단의 문제는 곧 여주시체육회의 문제일 수가 있는 것이다. 시민축구단의 문제를 거울삼아 여주시체육회의 자정을 꾀하는 것이 옳은 순서이다. 없애고 자르고 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고치고, 기회를 주고, 장점을 살려주는 것이 명장이 할 일이다. 포용이 없는 조직은 포용의 부재 때문에 부메랑을 맞게 되는 것을 너무도 많이 보았다. 여주시체육회의 앞날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넷째, 해체명분에 대한 설득력 부족의 문제이다.

여주시체육회는 시민축구단에 여주출신이 없어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그 어느 시민축구단도 그 지역 출신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축구단이라면 성적을 내야 인정받는 스포츠조직이 된다. 성적이 최하위라면 그것이 해체의 또 다른 빌미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비록 타지역선수라도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여 승률을 높이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여주시민축구단에는 파트리키라는 브라질 용병이 뛰고 있다. 왼발의 달인이라는 하석주 전 국가대표만큼이나 명품 왼발킥을 자랑한다. 또한 시민축구단의 예산이 체육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 불만이라고 한다. 시민축구단 예산은 체육회 예산과 별도이다. 이것을 체육회 예산에 포함시켜 점유비율을 운운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건너면 된다. 사람이 하는 일에 못할 일은 없다. 다만 핑계를 대고 안하는 것뿐이다. 늦었다고 할 때가 제때라고 들었다. 지금이라고 기회를 만들어 시민축구단의 해체를 다시 한 번 재고해 주기 바란다. 비대위가 요청하는 그 한 번의 기회를 주지 못하는 이유가 전혀 납득이 안가기 때문에 드리는 조언이다.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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