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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농 전기중 서예가

인터뷰 사농 전기중 서예가

  • 기자명 이장호 기자
  • 입력 2020.10.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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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 주소에 우리말 고유명사를 그대로 쓰면 되는데...”

훈민정음 반포 574돌을 기념해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주민들과 함께 만든 한글서예작품 574점을 전시하는 ‘나랏글 574전’을 기획하고 실행한 사농 전기중 서예가를 만나 전시 작품과 한글, 우리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늘을 지붕 삼아 너른 들녘과 마을 길에 작품을 전시한 세계에서 가장 큰 지구라는 전시장을 연 전기중 서예가와의 대화는 우리가 잊고 있던 생활 속 우리말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되새기고 미래지향적인 지역축제를 고민하는 귀한 시간이 됐다.

 

하늘을 지붕 삼은 세상에서 가장 큰 전시 ‘화제’

△이장호 기자(이하 이장호) 훈민정음 반포 574주년을 맞아서 574작품을 거는 것을 봤는데요. 전부들 스펙터클하다. 

세계역사상 처음 있는 전시다. 이런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전시를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건지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사농 전기중 서예가(이하 전기중) 평소에 영릉이 아닌 영릉과 가까운 논이나 밭에서 인디언 천막을 쳐놓고 세종실록을 가지고 전시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 때문에 영릉 안에서 하는 행사가 축소가 되면서 이런 기회가 온 거죠. 

그래서 과감하게 논, 길, 마을회관까지 활용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 능서면민까지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이장호 특별하게 번도 5리를 선택하신 이유는요?

▲전기중 번도5리는 이름 자체가 옛 이름이 구릉촌, 구릉말이예요. 구릉(능)이라는 것은 세종대왕능을 이야기 하는 거예요. 

왕대2리는 효종대왕이 있기 때문에 새릉말, 그래서 구릉말을 선택하게 된 거죠.

△이장호 참여하신분들 처음에 반응은 어떠셨나요?

▲전기중 반응은 천차만별이죠. “아주 좋은 기획 의도를 가지고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이것도 예술이야?” 이렇게 말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황당하다고요.

△이장호 직접 참여하신분들이 쓰신 건 몇 작품 정도 되나요?

▲전기중 약 200점 정도요. 총 574점 중에서 약 400점 정도는 내가 썼고 나머지는 일반 시민들이 섰죠. 

능서면사무소에 다른 작품 20점이 있어요. 거기에는 한 글자로 된 우리글 작품이 있어요.

△이장호 직접 쓰신 작품이 400여점이라고 하셨는데 작품 제작기간도 상당히 걸렸을 것 같은데요.

▲전기중 제작기간은 9월 15일에 번도5리 마을회관 2층에서 시작해서 약 2주정도 기간에 맞췄어요.

△이장호 직접 쓰신 글의 소재는요?

▲전기중 소재는 200점 정도는 능서면에 있는 마을이름, 들 이름, 골짜리 이름, 바위 이름, 나무 이름 중에서 한자나 영어로 오염되지 않은 순우리말로 된(거요.) 

예를 들어 신지리는 새미실, 백석리는 구장벼루, 광대리는 너븐들, 용은리는 용구머리 이런 식으로 우리말로 된 것을 뽑아 썼어요. 그것이 200점 가까이 됩니다.

△이장호 우리말 관심이 많으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현재 쓰고 있는 도로명 주소에 대해서도 어떤 부분이 여주에서는 고쳐져야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전기중 기존의 행정지명이라는 것이 과거에는 순우리말, 아까 이야기한대로 새미실, 너븐들 이런 우리말과 또 한자로 된 것이 혼용되어 왔어요. 

나름대로 질서가 있고 인문학적으로 근거가 있었는데 일제시대에 들어서 1914년도에 행정구역 통합, 변경, 분리 이런 것을 하면서 그들이 그야말로 막 정도가 아니가 어떤 것은 일부러 왜곡 시킨 경우가 많아요. 

그것을 광복 이후에 계속 그대로 대대손손 자랑스럽게 쓰다가 그나마 도로명 주소 만든다고 해서 어떻게 했냐하면 도로명 주소에 있는 고유명사를 그대로 쓰면 되는데 여주이천 이여로, 여주양평이라고 해서 여양로 이런 식으로 한자씩 따서 1914년 만도 못하게 해 놓은 거예요. 

제가 늘 그 부분에 대해서 안타까워하고 화가나 있었는데 이런 기회에 저도 한 번 해 본거죠.

△이장호 전시 퍼포먼스를 계속적으로 시도해 오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앞으로 새로운 전시, 어떤 전시나 퍼포먼스를 해보고 싶으신가요?

▲전기중 지금 현재 기획을 해서 이미 작업노트를 마친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어요. 

이것을 실행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좀... 더군다나 언론에다가 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요. 

그래서 그것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장호 저작권문제 때문인가요?(웃음)

▲전기중 주위에는 베껴 쓰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저희 민예총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내서 남들에게 말했다가 침탈당한 것도 있고요. 

피해의식도 있고요. 실행하기 전에는 절대로 안합니다.

△이장호 아까 마을이장님이나 마을 주민들이 몇 분 말씀 들어보니깐 대체적으로 동네에 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이 많습니다. 

여주에서도 마을단위로 전시행사나 퍼포먼스를 다양하게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앞으로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참여하실 계획이신지요?

▲전기중 그렇죠. 저는 당분간 이것을 할 건데요. 

작년에도 흥천면 상백리에도 ‘찬우물 하하’란 이름으로 마을 축제 비슷하게 전시 및 공연을 했었어요. 

빈집과 골목과... 올해 2월 달에 경상북도 영덕군 창수면사무소 2층에서 ‘나무스님 탄생 칠백 돌’ 기념 전시회를 상당히 크게 했습니다. 

올해는 여기에서 하고요. 계속적으로 할 건데요. 이미 하자고 들어 온 것도 있고요. 끝나고 바로 준비가 들어가야 합니다.

△이장호 작품을 설치하고 상당히 많이 거둔 상태인데요. 작품 하나 갖고 계시면 보여주시겠어요?

▲전기중 한번 보시죠. ‘풋내’ 풋내가 다 사라지면 군내만 남죠. 다 우리말입니다.

△이장호 한글 지명을 비롯해서 우리말에 대해서 여주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깊이 있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는데요. 특히 여주시민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시겠어요?

▲전기중 지금 시에서는 세종대왕 선양사업, 한글을 장려하자는 운동 같은 것을 관에서는 꽤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영릉에서 하는 큰 행사는 한글날 행사하고, 숭모제 행사인데도 전 사실 아주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계속 참여 했는데요. 관공서 내지는 문화재청, 도 단위, 시 단위의 몇 사람 모여서 음악연주하고 기념행사하고 끝나는 거지 바로 옆에서 사는 주민들과는 관계없는 행사로 끝나는 거죠.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서 함께 하는 행사가 되지 않으면 그 행사는 천년만년해도 공염불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어요.

 앞으로는 시민들하고 같이 하는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연구해야 합니다.

▲전기중 마지막으로 여강길 코스가 세종대왕역에서 영릉으로 가고 있는데요. 

이 코스를 한글을 주제로한 스토리텔링을 해서 여강길 코스를 풍성하게 이야기가 있는 길로 만들어줬음 좋겠어요.

/정리 박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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