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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강물의 조폭, 텃새가 된 가마우지

여강여담- 강물의 조폭, 텃새가 된 가마우지

  • 기자명 조용연 주필 
  • 입력 2020.10.2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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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 발 철새 가마우지, 한국의 강 이미 점령

환경부 손 놓고 있는 사이, 어족자원 씨 말리고 환경공해까지

조용연 주필

해질녘 남한강 비내섬 근처, 목계나루 근처에 강 한가운데 드러난 바위마다 검은 새 떼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가마우지 떼 천지다. 자연의 본능이겠지만 저녁 먹이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채비를 갖춘다. 웬만큼 사람이 다가가거나 소리를 질러봐야 꿈쩍하지도 않는다. 이미 그게 엄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몇 놈이 자맥질을 하거나 날개를 펴 물기를 말리는 동작 외에 돌아보지도 않는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수백 마리에 불과하던 철새 가마우지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 땅의 강에 아예 눌러앉았다. 이제 단양에만 2만 마리 가까이가 서식한다. 인터넷에도 가마우지 영상은 청담대교, 중랑천, 팔당댐에서부터 낙동강, 금강하구 심지어 전북 용담댐 근처 운일암, 반일암같은 청정 산골에까지 활개 친다.

가마우지는 바다가마우지와 민물가마우지로 크게 나뉜다. 중국의 남쪽 지방에는 민물가마우지를 이용한 고기잡이가 관광상품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마우지의 긴 목 아래에 줄을 매 통째로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하고 토하도록 해 잡는 좀 야비한 방식이다. 오죽하면 1980년대 일본의 경제학자 고무라 나오키가 한국경제는 일본에게 영양분을 모두 빨리는 ‘가마우지 경제’라고 비유했을까. 어설픈 환경론자들의 무조건 생명 보호와 심지어 가마우지가 예쁜데 백로와 어울려 사이좋게 먹이를 나누어 먹는 다문화 가족이라는 철딱서니 없는 주장까지 더하니 가관이다.

뒷북치는 환경부, 이제야 실태조사를 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필자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한국의 강을 여행하면서 청평댐 하류에서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어부들의 하소연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의 강둑길’, 북한강 편, 월간 ‘자전거생활’ 2017. 7월호) 댐 경사면과 언저리에 새카맣게 달라붙어 있는 가마우지들이 생겨나면서 잉어, 누치, 쏘가리 같은 민물고기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어 버렸다는 것이다. 꽹가리를 두드리고, 폭음탄까지 쏴도 이젠 만성이 되어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서 “저놈들은 징글징글한 거머리같애요. 진공청소기지요. 아예 강바닥을 다 훑는...유해조수라도 지정되면 총이라도 쏴서 잡겠는데....”라고 한탄했었다.

환경부는 지난 6월 가마우지가 개체 수가 증가하고, 한반도에 텃새화 되어버려 배설물로 나무가 죽는 백화현상, 어족자원 고갈, 생태계 교란 등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버젓이 보도자료를 냈다. 어지간히 폐해가 크다고 민원이 여러 군데서 들어가긴 한 모양이다. “피해실태나 서식 상황 등 기초자료가 없어서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환경부 공무원의 인터뷰를 보고 있자니 속에 열불이 터진다. 그나마 2020. 8부터 2021년 5월까지 조사를 해봐야겠다는 소리도 한가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철밥통 답다.

단양 어민들은 탄식한다. 2만여 마리가 집단 서식하면서 싹쓸이를 한다고 한다. 이미 여주도 남의 일이 아니다. 가마우지는 30m까지 잠수하며, 깃털에 유난히 기름기가 많아 물이 잘 스며들지 않고, 꼬부라진 부리는 백발백중에다 하루 7kg이나 먹는 대식가다. ‘야생동물 보호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따라 포획, 채취를 금지하고 있지만 개체 수 증가나 생태계 영향을 고려하여 유해 조수 지정이 가능하다.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의 ‘가마우지섬’이 관광지로 지정되어있는 상황과 한국은 본질이 다르다. 그 바다가마우지의 고향에는 넓은 바다의 풍부한 어족자원이 있어 가능하다. 부실한 실태조사에 따라 안이하게 판단하거나 ‘국제자연보호연맹’의 관심필요종이라는 따위의 감상적 환경론에 기댈 때가 아니다. 우리의 산하가 더 이상 가마우지로부터 유린당하지 않도록 한시 바삐 ‘유해조수’로 지정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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