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를 지키고 있는 비석 하나
이장님의 공덕비다
소임을 떠난 건지 세상을 떠난 건지는
인적 드무니 알 수가 없다.
이장님의 공적은 무엇일까
마을 길을 넓힌 걸까
홀로 사는 노인들을 정성껏 돌본 걸까
동네의 화목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걸까
민초가 누르는 표 한 장 얻으려고
슬쩍 남의 공적 밑에 나랏돈 쓰고
제 이름 갖다 새기는 목민(牧民)의 몰염치 보다
마을 주민들이 세워준 공적비는 천금이다
‘초아의 봉사’
어디서 많이 본 문장 아닌가
나를 뛰어넘는 초아(超我)도 좋으나
새마을에 막 돋아나는 초아(草芽)라고
나는 쓰고 읽는다
* 내가 거처하는 강마을 동구에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비석이 서 있다.
아마도 품계로 말하면 가장 낮은 직책의 공적비가 되지 않을까. 비석 뒷면에 아무 글자도 없다. 아마 공적을 일일히 새기자니 돈이 수월찮게 들어 생략한 것이리라.
차라리 공적은 다 적어 무엇하리. 몇 안 되는 마을 사람들이 이제 소임에서 풀려난
이장님의 공적을 마음속에 다 새기고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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