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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엘리트와 이리떼시대를 이끄는 자가 엘리트, 시대를 갉아 먹는 자는 이리떼

진짜 정의를 감별해야 하는 세상, 엘리트의 팔로워는 괴로워

조용연 주필

중학생이 되어 아직 엘리트(elite)의 뜻도 모르면서 유명 메이커 교복 ‘엘리트’가 좋은 것은 알았다. 제 자식 잘 입히고 싶지 않은 부모가 있을까마는 대부분 그 옷을 사줄 형편이 못되었다.

나도 그랬다. 엘리트는 그렇게 멀리 있는 존재로 머리에 박혀 버렸다.

엘리트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에서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 인정한 사람, 또는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 그들은 존재만으로도 선택된 사람이다,

존경할만한 상사가 귀한 세월을 지나오면서 유독 가슴속에 깊이 남아 있는 한 분이 있다. 베이징(北京)에서 근무하던 2005년, 나는 그가 자진(自盡)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1987년 나의 직속 상사로 온 젊은 총경은 행정고시를 합격한, 그야말로 촉망받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결재서류에 서명하고 그가 말했다. 무슨 말끝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성과 도덕성를 못 갖춘 엘리트는 이리떼에 불과하지.” 그 말은 내 심장에서 콱 들어와 박혔다. 참으로 잊어버릴 수 없는 한 문장이었다.

그러고 상사는 승승장구했다. 경찰대학장을 지내고 감사원의 요직을 거쳐 국정원까지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따뜻한 인간됨을 이야기했고, 그의 그늘이 넓고 깊었다. 국정원 2차장으로 가면서 전 정부에서부터 관행처럼 내려오던 도청의 문제에 재직기간 딱 한 달이 걸렸다. 인간의 도리와 명분 사이에서 고뇌가 그를 벼랑으로 떠밀었을 것이다. 더구나 대학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맞닥트린 물의였으니 목숨과 맞바꿈으로 종결되고 말았다.

아마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낯 두꺼운 후흑(厚黑)의 세상에서 그쯤은 털고 나면 그만일 사소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엘리트로서의 양식과 도덕성이 그가 끝까지 외면할 수 없었던 기준선이었을 것이다.

우리 시대에 엘리트는 누구인가, 그 명찰을 달 자격은

‘엘리트’는 선택된 사람이다. 적어도 선택될 수 있는 자격을 위해 끝없이 노력한 사람들이다. 아무리 세상이 험해도 우리는 엘리트를 우러러볼 수밖에 없다. 관직의 유무가 문제가 아니다.

선택된 사람의 기본은 우선 많이 배운 사람이다. 많이 배운 것은 그 지식을 이 사회를 위해 다시 쏟아 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적게 배운 사람이라고 세상살이의 지혜가 적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적어도 엘리트라고 뽐내지는 않는다. 그들은 민초임을 자임하고, 훌륭한 나라에서 엘리트의 깃발 아래서 묵묵히 일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이다. 정직하게 벌어 자식들 키우고, 부모에 효도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하겠다는 ‘생활인의 거룩함’이 있다. 엘리트가 탐욕의 가면을 쓴 채로 좋은 말만 하며 궤변의 논리로 ‘자기 집단이익’을 비호할 때 그들은 이리떼에 가까워진다. 이리떼(wolf pack)는 수십 마리가 군집 생활을 하며 떼로 덤벼든다. 제 몸보다 몇 배나 큰 소, 말, 사슴, 사람 같은 생명을 공격한다. 지도자가 있다. 철저히 명령에 복종한다. 전선에서 부상 당해 피를 흘리는 동료는 갈기갈기 찢어 죽인다. 고통을 줄여 준다는 명분이 있지만 신음소리를 삭제하여 승전고를 울린다. 엘리트의 으뜸은 ‘표로 승부하는’ 선출직이다. 보편의 선택, 우리의 대변자를 한 사람은 뽑아야 하기에 누군가는 엘리트로 나서게 된다. ‘대의민주제’가 만들어준 엘리트다. 그들이 당론이라는 ‘철새의 군무’만도 못한 집단이익에 충실할수록 청백 기마전은 거칠어진다. 정치도의도 실종되고, 헌정의 관행도 깔아뭉갠 협량(狹量)의 대치에 여백이 있을 턱이 없다. 원래 이리떼는 없다. 이리를 닮은 엘리트의 떼거리가 신흥군집을 이루어 우리 시대 엘리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닌지 두렵다. 적당히 비겁하지 않으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돌팔매에 숨죽여야 하는, 엘리트를 향한 팔로워의 처지가 딱하기 그지없다.

조용연 주필  yeoju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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