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일러스터 김태진, 글 조용연 주필
옛 그림자를 몸살 나게 실은 트럭 한 대
허리굽은 어머니의 부엌이 다 실려 있다
대꼬챙이 아버지의 사랑채도 실려 있다
키, 채, 채반, 빗자루, 표주박, 대바구니, 나무주걱,
그을음이 눌러붙은 청솔 타닥거리던 아궁이
어머니 앞치마에 붉게 물든 눈물도 매달려 왔다
모시 적삼 차려입고 헛기침 한 번으로
집안을 잠재우던 아버지의 사랑채
그 고요도 옮겨져 왔다
죽부인, 지압 베개, 대자리, 왕골방석
그냥 식구로 한평생 살다간 황소의 물건
코뚜레, 부리망에다 초립에 꽹가리까지
밀개등 옛 마을이 뭐 살 거 없나 기웃거린다
* 일러스터이자 자전거애호가인 김태진 작가가 찍은 사진이다. 보기 드문 만물트럭이다. 옛 부엌용품과 가정의 소소한 생활용품을 트럭이 주저않을 만큼 실었다.
플라스틱 한 조각 보이지 않는 전통의 손내림, 무선청소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시대에 갈대로 만든 빗자루는 가당키나 한 것일까.
소의 코뚜레까지, 저게 지금 소용될까 싶은 물건을 그래도 파는 트럭.
분명 강물에 걸어 놓고 잊어버린 채 졸고 있는 강태공의 낚시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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