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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딱 한 사람, 청년 김 순경

여강여담- 딱 한 사람, 청년 김 순경

  • 기자명 조용연 주필
  • 입력 2020.08.3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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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명 교육생 중 ‘감사하다’며 보내준 커피 한 잔 기프트

조용연 주필

세대를 넘는 친구 맺기, 어버이의 공감이 키우는 청년 세대

이 여름 <대중가요의 골목길> 취재지를 서산과 태안의 바다로 잡은 것은 여름이기도 하지만 올해 첫 배치를 서산으로 받은 김순경 때문이기도하다. 내 계획을 넌지시 알리자, 그는 휴가까지 내면서 “내 취재에 동행하겠다”고 했다. 그와의 인연은 지난 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앙경찰학교에서 강의를 받고 있던 교육생 한 명이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며 커피 한 잔 기프트를 SNS로 보내왔다. 사실 누구에게 온라인으로 선물을 받은 적이 없어 참 신선하고 고맙고 대견하기조차 했다. 추가로 그 학급 전체에게 특강을 해주면서 경찰 인생 선배의 세상살이 이야기의 깊이를 더해 주었다. 

한 해에 4~5천 명씩 신임순경이 거쳐 가는 속에서 유독 두드러진 인연을 맺었다. 졸업을 하고도 그는 굉장히 시시콜콜한 일상까지도 친구에게 보내듯 전해왔다. “아, 어쩌면 이런 것이 세대를 뛰어넘는 교분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인생에서 누구를 만나는가?”는 어마어마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때론 좋기도, 때론 나쁘기도한 그 영향 속에서 인간은 자란다.

교육생들에게 늘 강조한 것이 ‘귀인(貴人)’이란 존재다. 

옛 어른들은 한 해가 바뀌고 ‘토정비결’에서 ‘오뉴월에 동남쪽에서 귀인을 만날 괘’라는 말을 들으면 1년 내내 “뭔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하고 기다렸다. 그 습속(習俗)에는 농사를 지으며 사는, ‘그날이 그날인’ 자신의 일상에서 귀인은 돌파구를 마련해 주는 은혜를 가지고 오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들어 있었다.

김순경은 귀인을 스스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그에게 귀인이 될지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쯤 되면 평생을 경찰인으로 살아온 내가 그에게 든든한 멘토 역할을 자청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만으로도 그는 현명하다.

세대의 장벽을 뛰어넘는 것이 소통이자 귀인 만들기

나이 든 세대는 말이 통하지 않는 세대로 단정하고, 조금 거슬리는 소리는 ‘꼰대’라는 비하로 뭉쳐 외면하는 시대 속에서 ‘존경의 예’를 표하는 젊음의 기상은 보고 있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이 ‘석양 세대’의 정서다.

그를 만나 서산 소재지를 취재하다가 뜻밖에도 휴일에 산책을 다녀 오는 경찰서장을 만났다. “아니, 이런 인연이, 여기서 만나뵙다니요...” 나와 경찰대학에서 사제의 인연이 있던 그는 “미리 일정을 알려주시지 않구요.“라고 반색하며 환하게 웃었다. 취재가 끝나고 ‘점심을 대접하겠다’는 서장에게 막 배치받은 순경과 그가 데리고 온 실습생 예비순경까지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물론 ‘오케이’다. 서산간척지가 보이는 산언덕에서 맛난 점심을 대접받았다.

경찰서장이 운전하고, 내가 조수석에 앉고, 신임 순경이 서장님이 앉는 뒷자리에 타고 가는 풍경은 솔직히 내가 경찰에 있을 당시에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이었다. 물론 지금도 흔한 일은 아니다. 

나를 매개로 하여 이루어진 휴일의 한 에피소드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김순경은 세대를 넘어 마음을 연 덕분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김순경의 귀인을 자처하며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 기꺼이 되고 싶다. 귀인은 그렇게 우연히 동남쪽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사방으로부터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귀인은 본인도 모르게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멀리서 ‘내가 귀인’이라는 손짓을 하기도 하지만 제 또래의 눈과 벽에 가로막혀 있으면 놓쳐 버리고 만다. ‘귀인을 찾겠다’는 마음이 서면 이제는 귀인을 둘러 보아야 한다. 그리고 손을 뻗어야 한다. 놓치지 말고 꼭 잡아야 한다. 쉽게 잡히지 않으니 ‘귀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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