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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누굴 위한 독점이고 경쟁인가

여강여담- 누굴 위한 독점이고 경쟁인가

  • 기자명 조용연 주필
  • 입력 2020.08.2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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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이나 기업이나 경쟁하면 국민에게 혜택 돌아가

독점의 해체가 시대정신이나 의회는 독점으로 역행조용연 주필

명절이 돌아오면 빳빳한 새 돈이 얼마간은 필요하다. 한국은행에서 보통시민들이 출입할 수 있는 창구는 헌 돈을 새 돈으로 바꿔주는 곳이 전부다. 대기표를 받는 사람들이 수십 명이나 대기하고 있어도 옆 창구는 절대로 문을 열지 않는다. 심지어는 뒤에서 잡담이나 나누는 직원들도 아무 관심조차 없다. 직원들은 무표정하다. 말이 없다. 접시 위에 체크 용지와 헌 돈을 내밀고 새 돈을 건네받으면 그만이다. 아마도 민간은행에서 그랬다간 당장 시말서 감이다. 한국은행이 공공기관 서비스 만족도에서 꼴찌를 여러 해 했던 전력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다 독점이 가져오는 폐해의 한 단면이다.

지금 검찰이 검찰권과 관련해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현재의 정치적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 무리수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하고, 오랜 검찰 권한 독점의 반작용에서 생겨나는 것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시대정신’은 “독점을 부수고, 경쟁으로 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자식도 대등한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상에 ‘상명하복(上命下服)’이란 참 전근대적인 명제는 “서로 할 말 하고, 대등하게 조직과 체계를 유지하며 상호 협력하여야 한다”는 대 전제 앞에 힘을 잃는다. 독점의 그늘에 쉬어가면서 과실을 즐기던 모두는 그 그늘이 치워지고, 땡볕에 나앉게 되는 상황이 죽기보다 싫을 것이다. 그게 저항으로 나타난다.

경찰은 예외인가? 경찰의 독점은 112의 독점에 있다. “그게 무슨 독점이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집에 강도가 들어오면 아무리 경찰을 평소 불신하고 있더라도 112밖에는 연락할 데가 없다.” 그게 독점이다. 경찰이 지리를 공부하고, 신속하게 현장에 출동하며, 도주로를 차단해야 하는 당위다. 실패하면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간부문의 경쟁은 오로지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

한때 고속도로상에 있는 주유소의 기름값은 턱없이 높기로 악명높았다. 고속도로에 진입한 모든 차량은 ‘독 안에 든 쥐’였다. 죽으나 사나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오죽했으면 ‘고속도로 전 마지막 주유소’라는 간판이 먹혔겠는가. 세월이 달라졌다. 도로공사가 출자한 ‘EX오일주식회사’가 등장하고, 각 휴게소, 주유소별로 경쟁을 시키자 달콤한 독점에 취해있던 소위 ‘정유 4사의 폴’은 자진 퇴각했다. 민자고속도로는 빼고 이제 고속도로 주유소는 가장 싸고 믿을만한 기름을 넣어주는 단골이 되었다. 그게 경쟁을 도입한 ‘CEO의 힘’이다.

필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민간경비회사 S 사에 근무할 때 일이다. 공직에서 퇴직하여 가장 놀란 것은 폭우가 쏟아지는 도심을 달려가는 스쿠터였다. 확인했더니 “1초라도 빨리 비상벨이 울린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스쿠터를 타고 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유수의 그룹사가 순찰 차량이 없어 스쿠터를 사용하는 게 아니다. 그게 사명감이고 ‘경쟁의 힘’이다. 우리나라 민간경비 대형 3사의 점유율 경쟁은 피를 말린다. 조금이라도 ‘섭섭한 가입자’는 바로 거래선을 바꿔버린다. 정작 민간 경비회사의 모델이 된 스쿠터를 개발한 경찰에서는 오히려 운전자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쓰는 둥 마는 둥 한다. 이것이 경쟁이다.  

‘독점과 경쟁’은 상호 보완관계에 있어야 한다. 완전경쟁 체제로 내몰리면 품질의 전체적인 ‘하향 평준화’가 걱정이다. 무조건 진입장벽을 다 허무는 것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회를 봐도 그렇다. 국민이 만들어준 독점적 지위의 힘을 우리는 속태우며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유원지 ‘두더지 잡기’식 대응에 널뛰는 집값과 전세값이 나뭇가지에 걸린 검정비닐처럼 요란하다. 경쟁이 힘을 쓸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시간은 참 더디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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