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71. 부러우면 지는 거다

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71. 부러우면 지는 거다

  • 기자명 장주식 작가
  • 입력 2020.06.09 08:17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주식 작가

모르면서 안다고 하거나, 없으면서 있다고 하거나, 비었으면서 찬 것처럼 하는 일이 있다면 뭔가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마음의 평화를 깨트리는 주범이 또한 부러워하는 마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네 삶은 부러움으로 가득합니다. 부러워하는 마음을 겨우 억누르고 조금 편해졌다 싶으면 또 다른 부러움이 생겨나곤 하지요. 부러움의 대상은 종류도 참 많습니다. 의식주와 관련한 것들부터 사람살이의 거의 모든 요소가 다 포함됩니다. 부러움 얘기를 하다 보니 문득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A라는 사람이 글을 쓰는 동아리에 참여하고 무려 11년 만에 등단했습니다. 등단은 종류가 다양하지요. 신춘문예도 있고 문학상을 받는 방법도 있고 잡지에 추천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신춘문예나 문학상을 받으면 좀 빛이 납니다. 기성작가의 추천을 받아 잡지에 글이 실리는 경우는 그다지 큰 조명을 받지는 못합니다.

A는 추천을 받아 잡지에 글이 실리는 방법으로 등단했습니다. 그런데 특별한 일이 생겼습니다. 잡지에 실린 A의 작품이 꽤 무게가 있는 문학상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것도 잡지에 작품이 실린지 일 년이 지나서 말이죠. A는 수상소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너무 부러웠어요. 동아리 벗들이 하나둘 등단하고 책을 내고 할 때마다 그랬어요. 속으로 생각했죠. ‘그래, 부러워만 하면 지는 거야. 부러워는 하되 지지는 말자.’ 하고 이를 악물었죠.>

11년 동안 등단하지 못한 회원들은 대부분 글쓰기를 그만뒀지만, A는 끝까지 버텨 마침내 해냈습니다. 그리고 수상소감에서 ‘정말 너무나 부러웠노라’고 ‘질투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고 고백했습니다. 부럽고 질투 나서 미칠 것 같은 마음을 겨우 다스려 ‘지지 말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답니다. 아울러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지적받을 때마다 상처 입으면서 견뎌낸 세월이라고 했습니다. A는 수상소감 말미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보다 먼저 등단한 사람들의 작품을 몇 번씩 읽으면서 마침내 깨달았어요. 내가 모르면서 아는 척을 했었구나. 하고 말이죠. 그 각성은 십 년 만이었어요. 그러자 희한하게도 부러워하는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더군요.>

나는 A의 이 말에 무릎을 쳤습니다. 이 말은 바로 노자의 말과 똑같았거든요. 인용해 볼게요.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좋은데, 모르면서 안다고 하면 병이 된다.”

문학에 대해 모르면서 아는 척을 십 년이나 해 왔었다는 A의 고백과 맥이 통하지 않습니까? A는 십 년 만에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는 것이죠. 참 희한합니다. A가 깨닫고 난 바로 그해에 쓴 작품이 잡지에 추천을 받고 또 문학상까지 받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공자도 사랑하는 제자 자로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유야. 내 너에게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마.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

고대 아테네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나는 최소한 내가 모른다는 것은 안다.’고 했습니다. 앎의 출발은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아는 것이 최고라고 하거나 내가 아는 것만 주장할 때 새로운 앎은 들어설 틈이 없겠지요. 노자는 그런 태도는 매우 심각한 병이라고 진단합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스스로 병들었다는 것을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노자는 말해줍니다.

 

“무릇 병을 병으로 여기기만 하면 이미 병이 아니다.”

깊이 생각해 볼 만한 말입니다.

 

<노자 도덕경 71장 : 知不知上(지부지상)이요 不知知病(부지지병)이라. 夫唯病病(부유병병)하면 是以不病(시이불병)하나니 聖人不病(성인불병)은 以其病病(이기병병)하므로 是以不病(시이불병)이니라.>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좋은데, 모르면서 안다고 하면 병이 된다. 무릇 병을 병으로 여기면 이미 병이 아니니, 성인이 병이 없는 건 병을 병으로 여기므로 마침내 병통이 없는 것이다.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