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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원혼비

포토- 원혼비

  • 기자명 조용연 주필
  • 입력 2020.06.09 08:17
  • 수정 2020.10.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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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피는 고갯길에
비목 하나가
하얗게 무표정하다

원혼비(冤魂碑),
원혼(怨魂)이 아니다
아니 冤魂이 ‘억울하게 죽은 혼령’이니
분명 지쳐버린 怨魂이다
‘원망하며 죽은 혼백’이다

6.25의 전란에 구국 전선에서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혼령일리야
천추의 한을 품고 세상 버린 혼백인가
사연도 한 자 없는 비목 앞에

신원(伸冤)을 되뇐다
혼령의 억울한 속내를 듣고 싶다
그저 눈감고 들어라도 주고 싶다.

 

*막 진달래가 피어나던 봄, 영릉입구에서 정자로 올라가는 능선 고개에서 마주친 원혼비는 배회하는, 겨울을 덜 털어낸 바람만큼이나 을씨년스러웠다. 원혼(冤魂)이라는 단어는 쉽지 않은 말이다. ‘혼백의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신원(伸冤)보다 더 낯선 단어를 만났다.
어떤 사연일까, 나라꼴이 말이 아닌 세월을 비탄하는, 이름 없는 6.25 전사의 혼백도 아닐터, 하얀 비목으로 남은 억울한 혼령, 원혼(冤魂)의 피로 쓰는 원망이 백지에 번질 듯하다.
무슨 사연일까. 호국의 달까지 기다렸다가 이제 다시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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