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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조용하고 은밀하게 할 일’이 있다
이장호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을 위해 경기도와 여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 국민들에게 ‘재난수당’과 ‘긴급재난지원금’의 이름으로 금전을 지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의 이런 정책은 당연한 것이다. 또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번 재정지원의 명목으로 지급한 금전을 매출감소 등으로 고통받는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해 지역화폐나 신용카드에 선불형태로 지원한 것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매우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지난 4월 30일 새벽 국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일명 코로나 관련 법안으로 불리는 여러 법안도 본회의를 통과해 5월에 4인이상 가구당 최대 100만원까지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그 가운데 나의 눈길을 끈 법안은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면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때 1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이다.

국민이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정부 재정 관료들이 국가부채액 증가에 대한 우려를 넘어 항명에 가까운 반대 논리를 편 탓에 ‘긴급재난지원금’ 만큼이나 다급하게 만들어진 점도 이해는 가지만, 정부 재정 관료들이 우려하는 ‘국채’는 관료들의 부담이기 이전에 전 국민이 책임질 일이다. 정부재정의 주체는 관료들이 아니라 납세자인 국민이라는 점을 간과한 반대라는 점에서 불쾌하다.

국민이 없는 국가가 존재할 수 없다. 국가가 없으면 재정 관료도 없다는 점에서 자신의 책무에 열중하는 것은 좋으나, 심하게 표현하자면 일부 공직자들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국민들을 과거 교육부의 한 관료처럼 ‘개돼지’로 보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추진하는 쪽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말대로 ‘지원’과 ‘수당’이라는 말에는 큰 차이가 있다. 국가적 재난에 처한 국민들에게는 마땅히 정부로부터 이런 금전을 받을 권리가 있고, 정부는 줄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명칭 선택에 좀 더 국민과 사람 중심의 고민이 있어야 했다.

어쨌거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이 나자 조계종 스님 5천여명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소득 5000만원 이상인 계열사 임직원 270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부 릴레이 소식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지역의 기관단체장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간부공무원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물론 여기에 따라붙은 단서는 ‘자율’이다.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잘 알겠지만, 회사의 경우 경영진의 결정을 거절하기 어렵고, 공직자의 경우 간부공무원들과 지역사회 기관단체장들의 참여가 이어지면 어느 순간 자발적이어야 할 기부는 ‘무언의 압박’이 된다.

잘 알고 지내는 지인이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릴레이’에 동참했다는 이야기가 SNS에 올라오면 평범한 시민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시장님과 과장님들이 동참했다는 명단이 실시간으로 SNS에 공개되는 캠페인을 보는 공직자들은 오죽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전력을 다한 많은 공직자들에 대한 보상체계는 재정적 이유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런 판국에 벌어지는 기부릴레이를 바라보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마음은 어떨까? 나는 그들의 마음의 부담이라도 덜어 주는 것이 도리라 생각한다.

기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 권장한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정책 목적에 따라, 지역의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니 기부와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기부는 SNS로 일일이 소개하는 것보다는 조용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어차피 기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보람과 자긍심이 보상”이니 말이다.

이장호 기자  yeojupe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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