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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광주시와  광주광역시

여강여담- 광주시와  광주광역시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20.04.2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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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헷갈리면 고쳐야 한다, 역사성 꼭 고집해야 하나

‘광주시’라 불러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 <경안시>는 어떤가

 

조용연 주필

2016년 민간자본으로 광주-원주 고속도로가 개통하자, 대대적인 라디오 광고를 했다. 성우는 광주에서 출발한다고 힘을 주어 멋을 내다 보니 광주가 ‘쾅주’로 들렸다. 문맥으로 보아 경기도 광주에서 강원도 원주로 가는 고속도로인 거야 알겠지만 어색했다. ‘무안-광주 고속도로’도 지리감으로 아는 거지 광주라는 지명 또한 헷갈리게 생겼다. 한글전용이 두 도시의 지명을 더욱 헷갈리게 만들었다. 괄호 안에 ‘빛광(光)자’인지 ‘넓을 광(廣)자’인지 집어넣어 봐야 비로소 선명해 지지만 발음은 같다.

사람들은 헷갈리지 않도록 경기도를 앞에 붙여 ‘광주(廣州)’가 서울 근교임을 분명히 했다.

급기야 광주(廣州)시장이 “우리는 경기도 광주가 아니다. 그냥 ‘광주시’로 부르고 전라도 광주는 ‘광주광역시’로 불러 달라고 주문했다. 뻔한 ‘경기도’를 앞에 붙이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지만 일상의 구어체에서 전라도 광주를 ‘광주광역시’로 불러줄 사람은 없다. 경기도 광주 이름을 지키기 위해 인구 150만의 빛고을 광주를 자치단체 명칭인 <광주광역시>라고 또박또박 불러야 한다는 주장은 아무리 봐도 무리다.

말에는 음운경제가 있어 축약하는 것이 보편적 

입말에서 글자 한 자는 보통 길이가 아니다. ‘두 자’면 될 이름을 ‘다섯 자’로 불러 달라 한다고, 일상에서 꽃 이름처럼 그렇게 불러줄 리가 없다.

경기도 광주의 역사가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역사성이야 숱한 전란과 사실(史實)이 너른고을 광주에서 펼쳐진 것만 봐도 이해 가는 일이다. 경기도 광주 땅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단히 넓었었다. 서울 강남의 압구정, 강남역, 서초구 일대까지도 언주면이고, 송파구 전역은 중대면, 강동구는 구천면, 하남시는 동부면과 서부면, 성남시는 중부면, 돌마면, 낙생면, 대왕면으로 그야말로 ‘너른 땅’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광주시는 옛 경안읍을 중심으로 한 주변의 면들이 읍으로 승격되어 도시화되었다.

지명에 역사성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경제적 이익이 있다고 한다면 서슴없이 바꾸는 것이 현실이다. 영월군이 관광에 도움이 될듯하니 영월군 하동면을 <김삿갓면>으로, 서면을 <한반도면>으로 서슴없이 바꿔서 지명 개명의 전국적 유행을 일으켰다. 지명의 역사성이 망가진다고 그 난리 치던 새 주소 소동도 주민 편익에 따라 정착되어가고 있다.

전라남도 나주시만 하더라도 한때 <금성시>라는 이름을 가지기도 했고, 문경시는 ‘점촌시’라는 이름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문경시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점촌으로 가야 할 것을 16km나 떨어진 문경새재 아래 <문경읍>으로 가는 착오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문경시로 가는 버스는 ‘점촌행’이고, 문경읍으로 가는 버스가‘문경행’이다.

일일이 설명하기도 번거로워 한때 토박이들은 문경읍을 ‘구 문경’이라고 부르며 구별하기도 했다.

한글전용 시대의 한 단면, 지명이 헷갈린다면 개명도 생각해 봐야 

광주시도 그렇게 헷갈려서 ‘경기도 광주’라는 이름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 난 배경을 이해한다면 도시의 개명을 추진해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광주군 시절 군청소재지는 <경안읍>에 있었다. <경안 京安>이라는 이름은 어떤가. 굳이 한자의 뜻이 참으로 좋다는 걸 빼고도 ‘경안’이라는 이름이 발음될 때 주는 그 ‘이응’ 받침의 상쾌한 말맛은 더 매력이 넘친다. 광주시 승격 당시에 ‘경안시’라고 했더라면 광주광역시와 헷갈리는 문제는 진작 해결되었을 터이다. 광주시 중부면도 2015년에 남한산성면으로 바꾸지 않았는가. 어려울 것도 없다.

광주시를 관통하여 한강으로 합류하는 ‘경안천’이 국가하천인 것만 봐도 ‘경안’의 역사성 또한 입증된다. 지금의 중부고속도로 ‘경기광주IC’도 한때 ‘광주경안IC’였던 것을 바꾸자니 혼란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경강선 ‘경기광주역’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란 수식어를 떼어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광주’를 고집하려면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옆 동네 지명 이야기에 끼어들어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 같아 뭣 하지만 한마디 거들고 싶어졌다. 용서하시라. “이름은 부르다 보면 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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