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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66. 위에 있어도 무겁다 하지 않네

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66. 위에 있어도 무겁다 하지 않네

  • 기자명 장주식 작가
  • 입력 2020.04.2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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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 작가

춘삼월 봄입니다. 생강나무 노란 꽃이 피기 시작해 분홍 진달래가 뒤따르고 하얀 매화가 품격 놓은 향기를 퍼뜨립니다.

바람은 차지 않고 촉촉이 비라도 내리고 난 뒤라면 새들이 짝을 지어 날아다닙니다. 집 가까운 곳이라면 딱새 박새 지빠귀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하늘로 죽죽 뻗은 긴 가지를 자랑하는 자작나무에 새들이 날아와 앉습니다. 참새가 우르르 날아와 머물렀다 떠나고, 딱새와 지빠귀 부부가 단출하게 앉았다 떠나고, 물까치 떼가 날갯소리도 요란하게 날아와 앉습니다.

물까치는 몸집이 꽤 커 보이는데도 젓가락보다 가는 가지에 앉습니다. 어이쿠! 가지가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기우에 불과합니다. 가늘디가는 그 가지는 휘영청 한번 늘어졌다가 생고무처럼 탄력 있는 움직임으로 흔들릴 뿐입니다.

자작나무 가지에도 감탄했지만 물까치를 보면서 문득 노자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성인은 윗자리에 있어도 사람들이 무겁다 하지 않는다.”

도저히 물까치 무게를 견딜 것 같지 않은 가는 가지는 휘영청 늘어지며 물까치 무게를 감당합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물까치가 지닌 무게를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시인 염복순은 ‘북방 딱새 몸무게는 설탕 두 숟가락’이라고 노래하기도 합니다. 물까치는 딱새보다 훨씬 몸집이 큽니다. 몸무게도 훨씬 무거울 것입니다. 하지만 자작나무 가는 가지에도 앉아서 여유를 부립니다. 마치 노자의 말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인용한 노자의 말에서 ‘성인’을 물까치로 ‘사람들’을 자작나무 가지로 바꾸어 읽어 보십시오.

 

사람이 윗자리에 있으면서 가볍기는 어렵습니다. 윗자리는 자리가 가지는 힘이 크기 때문이지요. 권력이 있고 부가 있고 권력과 부에 따르는 자만감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권력과 부와 자만감은 큰 무게를 갖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윗자리는 책임도 몹시 큰 자리입니다. 권력이 주어지는 만큼 권력을 행사했을 때 책임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통 사회에서 윗자리에 앉는 사람은 “자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성인은, 이렇게 무거운 윗자리에 앉아있는데도 아랫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전혀 무겁게 여기지 않는다고 노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노자는 세 가지 답변을 마련합니다.

 

“말이 낮고, 몸이 뒤에 있고, 다투지 않는다.”

낮다는 것은 겸손하다는 뜻도 있지만 훨씬 넓은 개념입니다. 먼저 말하려 하지 않고, 남의 말을 자르지 않고,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들이 다 포함되어 있지요. 몸이 뒤에 있다는 건 실천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으므로 자연스럽게 앞에 서는 결과가 온다는 것이겠지요. 못난 사람이 내 앞에 서 있으면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를 조금도 내세우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은 내 앞에 있어도 오히려 편안합니다.

다툼은 서로의 욕망이 뒤엉킬 때 일어나고 커집니다. 성인이 다투지 않는다는 건 상대방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하여 나의 욕망을 내려놓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싸움을 걸려고 해도 싸움이 일어날 수 없는 것이죠.

 

다시, 봄입니다. 황조가를 읊조리게 되는 계절입니다.

<펄펄 나는 저 꾀꼬리 / 암수 서로 정답구나
외로운 이내 몸은 / 뉘와 함께 돌아갈꼬>

꾀꼬리도 사람도 사랑 가득한 봄날입니다. 진실한 사랑은 사람의 몸무게를 가볍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노자 도덕경 66장 : 江海(강해)가 所以能爲百谷王者(소이능위백곡왕자)는 以其善下之(이기선하지)하므로 故能爲百谷王(고능위백곡왕)하나니라. 是以(시이)로 欲上民(욕상민)하려면 必以言下之(필이언하지)하고 欲先民(욕선민)하려면 必以身後之(필이신후지)하나니라. 是以(시이)로 聖人(성인)이 處上而民不重(처상이민부중)하고 處前而民不害(처전이민불해)하나니라. 是以(시이)로 天下(천하)가 樂推而不厭(낙추이불염)하며 以其不爭(이기부쟁)하여 故天下莫能與之爭(고천하막능여지쟁)이라.>

 

강과 바다는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된다고 하나니, 그 까닭은 낮추기를 잘하므로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 윗자리를 바란다면 반드시 그 말이 낮아야 하고 사람들보다 앞에 서고자 한다면 반드시 그 몸은 뒤에 둬야 한다. 이리하여 성인은 윗자리에 있어도 사람들이 무겁다 하지 않으며 앞에 있어도 해롭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세상이 즐거이 따르며 싫어하지 않으며 성인은 조금도 다투고자 하지 않으니 세상 모두와 더불어 다툼이 아예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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