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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날’을 맞이하는 부끄러움

‘신문의 날’을 맞이하는 부끄러움

  • 기자명 이장호 기자
  • 입력 2020.04.13 13:56
  • 수정 2021.01.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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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이장호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다.

신문의 날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 창간일(1896년 4월 7일)을 기념하고 독립신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신문의 날은 1957년 4월 7일 창립된 한국신문편집인협회(초대회장 이관구)가 정한 것으로, 제1회 신문주간을 선포하고 표어로 ‘신문은 약자의 반려’를 채택했다. 좀 더 풀어쓰면 ‘신문은 약자의 벗’이 된다.

독립신문 창간호의 논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가 독립신문을 오늘 처음으로 출판하는 데 조선 속에 있는 내외국 인민에게 우리 주의를 미리 말씀하여 아시게 하노라.

우리는 첫째 편벽(마음이나 생각이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침)되지 아니한 고로 무슨 당에도 상관이 없고 상하 귀천을 달리 대접하지 않고, 모두 조선 사람으로만 알고 조선만 위하며, 공평히 인민에게 말할 터인데 우리가 서울 백성만 위할 게 아니라 조선 전국 인민을 위하여 무슨 일이든지 대신 말하여 주려 한다. 

정부에서 하시는 일을 백성에게 전할 터이요, 백성의 정세를 정부에게 전할 터이니 만일 백성이 정부 일을 자세히 알고 정부에서 백성의 일을 자세히 아시면 피차에 유익한 일 많이 있을 터이요, 불평한 마음과 의심하는 생각이 없어질 터이오. <중략>

우리는 바른대로만 신문을 할 터인 고로 정부 관원이라도 잘못하는 이 있으면 우리가 말할 터이요, 탐관오리들을 알면 세상에 그 사람의 행적을 펼칠 터이요, 사사로운 백성이라도 무법한 일을 하는 사람은 우리가 찾아 신문에 설명할 터이오.>

대한제국 황실의 지원을 받으며, 재정 독립을 위해 우리나라 최초로 신문에 실리는 ‘광고’라는 말을 만드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왕정국가인 대한제국에서 발행된 독립신문은 조선의 정치제도와 다른 입헌군주제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정부의 공격과 지원 중단으로 결국은 대한제국이 사들여 폐간되는 운명을 맞았다.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독립신문의 창간일을 신문의 날로 정한 것은 독립신문이 대한제국 시대에 황실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음에도, 탐관오리의 고발과 국익에 반하는 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고, 사회 관습 개혁 등 시대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독립신문은 여러 한계가 있었지만 근대적 여론 형성의 기틀을 마련하는 이후 우리나라 신문들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원칙들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 점에서 높이 평가 받는다.

정부와 정치인, 재벌로 불리는 기업집단이라는 권력이 거의 모든 분야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현재의 대한민국 언론에 필요한 것은 독립신문의 시대정신이다. 특정 정치세력이나 경제세력을 위해 자신의 학문을 파는 지식인들의 곡학아세(曲學阿世)와 곡언아세(曲言阿世) 하는 언론인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금권이 가장 큰 권력이 된 시대에 신문으로 대표되는 2020년 대한민국 언론사의 재정과 규모, 콘텐츠의 다양성과 종사자인 기자들의 지식은 독립신문이 초가집이라면 현재의 언론은 초고층 빌딩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교가 안된다. 그렇다면 초가집이 초고층빌딩으로 바뀌는 동안 그 안의 시대정신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작금의 대한민국 언론이다.

참으로 124년 전의 독립신문 선배들께 부끄러운 신문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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