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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셰일가스 발(發) 세계경제위기
박관우 편집국장

얼마 전까지 미국은 세계경찰국가를 자임했다. 사소한 일까지 사사건건 개입하며 시어머니 역할도 톡톡히 했다. 더구나 중동문제라면 미국은 한 치 양보 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켰다. 호르무즈 해협을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등 즐비한 산유국에 친미정권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고 막대한 석유가 수송되는 곳곳에 미군기지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동맹국의 체면 따위는 아랑곳없이 걷어차 버리고 “내말 안 들으면 끝!”을 외치고 있다. 한 해에 국방비만 1천조 원을 쓴다고 해서 붙여진 ‘천조국’이라는 별명과 함께 자유의 수호자라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트럼프의 행동에 전통적인 동맹들이 불쾌감을 넘어 근본적 관계설정에 의문을 품고 있다. 

트럼프의 이런 태도는 사실 미국 셰일혁명과 연관이 깊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과 전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석유금수 조치 때문이었고 1970년대 몇 차례 오일쇼크도 석유라는 자원을 둘러싼 문제였다. 그런데 이제 미국은 석유로 인해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동맹국도 거추장스럽다는 태도다. 

흔히 셰일혁명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기술은 기존에 채굴할 수 없었던 지층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뽑아내는 것이다. 매장량에서 중국이 1위이긴 하지만 대부분 사막에 위치한 터라 막대한 물을 사용하는 기술특성상 채굴량에서 미국이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미국은 셰일가스의 힘으로 ‘세계1위 산유국’ 자리를 차지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은 2008년보다 생산량이 두 배가 늘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추월했다고 전했다. 셰일산업 관련 일자리도 200만개나 생겨 트럼프의 자신감의 근원이 되고 있다.

미국은 넘쳐나는 석유와 천연가스 덕으로 자원 수입국이 아닌 수출국이다. 중동에서 미국까지 안전하게 석유를 운송하기 위해 구축한 기지와 군사비용도 필요 없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 미군을 빼고 자신들의 복지비용으로 사용해도 미국에게 아쉬울 것이 없다.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는 어떠한 동맹도 필요 없이 미국에 커다란 성을 쌓고 고립되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게 되었다는 자신감과 이로 인한 계산된 외교관계 재설정의 과정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러시아와 사우디가 석유를 두고 치킨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으로 전체적인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이 하락했고 기존의 공급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면서 러시아와 사우디가 생산량을 늘려버린 것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확산으로 인한 펜데믹으로 하락장을 맞고 있던 월가는 원유가격 폭락으로 순식간에 7%하락과 서킷브레이크가 걸렸다. 축복으로만 여겨지던 셰일가스가 미국 경제에 깊은 주름을 안겨 준 것이다.

사우디의 원유 생산단가는 배럴당 10달러로 알려져 있고 미국의 셰일석유는 40~50달러로 추정된다. 그런데 지난 10일 미국 텍사스 유(油)가 31달러로 떨어졌다. 그리고 이 마저도 2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인은 생산국들의 감산안 협의가 불발한 탓이다. 

셰일혁명을 믿고 오만했던 미국경제가 사우디와 러시아에게 보기 좋게 당한 것이다. 관리를 해야 되는 이웃들에게 오만방자하게 자국우선주의를 펼치다보니 예전에는 쉽게 합의를 하던 감산안이 더 이상 미국 위주로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이다. 수출을 통해 먹고 사는 산업구조 속에서 세계적 경제위기는 혼자 잘나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한다. 다행스럽게 위기국면이 해결된다면 좋겠으나 큰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개인들도 경제적인 전망에 대해 조금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파도를 막을 수 있는 방파제들을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여러 개의 방파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계절의 겨울’은 지나갔지만 ‘경제적인 겨울’이 다시 올 수 있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겨울을 대비하라며 주인공들이 외치는 말이 있다. “Winter is coming” 겨울을 준비할 때다.

박관우 기자  pkw39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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