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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지금 전염병에 갇혀 있지만

여강여담- 지금 전염병에 갇혀 있지만

  • 기자명 조용연 주필
  • 입력 2020.03.10 11:41
  • 수정 2020.03.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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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갇혀 있는 건 격리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방역과 치료 일선에 감사하며, 평온한 일상 위한 예열시간으로

조용연 주필

월요일 아침인데 신문사가 조용하다. 보도자료가 몰려 북적거리고 각급 행정기관에서 나오는 주간업무일정표도 빈칸이다. 여주시 또한 공무원들이 방역현장으로 나가서 비상근무 상황이다. 시시각각 브리핑과 온통 코로나19에 대한 소식이 매스컴을 차지하니 주간신문이 자고 나면 수백 명씩 늘어나는 확진자나 사망자가 어디서 발생했다는 보도에 시각을 맞추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나마 아직 여주에는 확진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통계에 안도해야 하는지. 이것이 ‘지역이기주의’인가, 당연한 ‘지역자기방어’인가.

3월로 잡았던 딸의 결혼식을 아예 10월로 멀찌감치 연기했다고 지인이 보낸 양해 문자가 심각한 공황상태의 체감신호다. 개인적으로도 일정표가 모두 공란으로 되어 새달을 맞았다.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스케줄 ‘일괄 삭제(delete)’상태다. 재택근무시스템이 되어있는 곳도 있지만 직장에 출근해도 서로의 이격거리를 유지하고, 밥을 먹으며 말을 걸면 눈총을 각오해야 한다. 지금 이 독한 바이러스로부터 격리되어있는 것은 확진자나 자발적 격리자 뿐 아니라 유폐된 듯 고립감에 빠져있는 우리 모두다.

교회나 사찰이 종교행사를 줄이거나 온라인 의식으로 대체하여 휴일에도 더 움직일 공간이 없어져 버렸다.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는 시점이다. SNS망을 통하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지만 그 공간조차 생각이 다른 인연들이 서로 충돌한다.

보고 싶은 뉴스, 듣고 싶은 말이 넘치는 공간으로 우리는 알게 모르게 깊이 빠져 들어와 버렸다. 극렬한 집단의 투쟁수단이던 증오의 깃발과 핏빛 글씨는 이제 각각 진영의 장벽 위에 휘날리며 우리를 격리시키고 있다. 그 공간에서 ‘상생’을 말하는 것은 사치나 회색으로 여겨져 이런 말 또한 또 포위되어 격리될지도 모를 일이다.

불가피한 격리 속에서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예비해야

이 시간에도 바이러스의 치료와 방역 일선에서 쪽잠을 자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정화하는 게 낫다. 이 유폐의 시간을 우리의 동안거로 삼아야 한다. 무수한 말들, 그 속에 감추지도 않은 칼날, 부박하게 떠다니듯 솔깃한 것만 쫓아다닌 자기에 대한 반성으로 하얀 벽을 마주할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당장 매달 수도권을 중심으로 자전거를 타고 뜻깊은 장소를 찾는 예정된 모임이 문제다.

‘전염병이 잠잠해지면 그때 하기로 연기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예정대로 하기로 했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중국 우한발 바이러스가 뜻밖에도 푸른 하늘 맑은 공기를 선사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이 스톱된 결과라는 말도 있고 수백만 명의 자가격리가 가져왔다고도 한다. 기상청은 바람마저 서풍이 아니라 동풍이 분 영향이라고 말하지만 하여간 푸른 하늘 양광이 대지에 가득하다.

장소도 일부러 안성천 하류 평택호 주변으로 정했다는 간사의 말은 울림이 크다. 차라리 이럴 때야말로 툭 터진 야외, 새로 이전한 ‘미8군사령부’를 직접 끼고서 달릴 수 있는 이 길이야말로 가장 뜻깊다는 것이다. 북한으로부터 늘 위협받고 있는 국가안보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한미동맹’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는 ‘감사 퍼레이드’가 될 것이라는 말은 신선하다.

그래도 여주는 복 받은 땅이다. 갑갑한 시간, 강요된 고요의 틈 사이 사이로 한 걸음만 나가면 남한강 강둑길을 산보하거나 자전거를 탈 수가 있다. 양섬 옆 벼랑 정자에 오른다. 몇 계단만 오르면 언제나처럼 고요한 여주의 전경을 만날 수 있어 속이 다 시원하다. 찾는 사람도 드물다. 모두가 격리된 듯한 이 시간에도 할 일을 예비하고 있어야 커튼이 걷히면 바로 제 위치로 돌아간다. 이럴 때 자치단체가 해야 하는 일은 전망대 앞을 가리고 있는 나무를 잘라내는 사소한 일부터 챙겨야 한다. 나무가 본격적으로 물이 오르고 나면 때가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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