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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주의 재두루미

[기고] 여주의 재두루미

  • 기자명 글=최새힘 작가/ 사진=손승호
  • 입력 2020.02.2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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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학(鶴)이라고 알고 있는 ‘두루미’는 단아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대형조류로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다. 겉모습에 따라 흰 몸에 검은색 날개 끝을 가진 ‘두루미’, 몸통이 잿빛인 재두루미, 그리고 몸통이 온통 검은 ‘흑두루미’로 나눈다. 

오늘날은 그 수가 크게 줄어들어 쉽게 볼 수 없는 멸종 위기의 철새로 대부분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되었다.

사람들은 동물도 외모만으로 평가하는 버릇이 있었던 모양이다. 

예로부터 매우 빼어난 겉모습 때문에 ‘닭들 사이에 있는 한 마리의 학’이라는 뜻을 가진 ‘군계일학(群鷄一鶴)’이란 말이 있다. 또 벼슬을 하던 사람들 혹은 혼인을 하기 위해 신랑이 입던 옷의 가슴 부위에 두루미를 수놓은 흉대를 붙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연하장을 보내지 않게 되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연하장의 표지는 두루미의 차지였다. 이들 모두 우아하게 생긴 두루미를 길조로 여겼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해방 이전에는 1천 마리의 무리가 전국 각지에서 겨울을 났으나 점차 그 수가 줄어들어 오늘날에는 비무장지대에서나 두루미를 볼 수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네 마리 이하의 가족 단위로나 겨우 관찰할 수 있을 뿐이다. 

1968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을 하였고 한강 하류의 재두루미 도래지는 천연기념물 제250호가 되었으나 서식지로의 역할을 하지 못하여 이제는 두루미들을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의 간섭을 싫어하는 이들이 편히 쉴 곳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남한강가에서 자란 나는 1970년대에 강에서 두루미 한 마리를 본 기억이 있을 뿐이었고 철원까지 가서야 겨우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희귀해진 재두루미는 능서면 들판에서 계속해서 소수의 가족 형태로 겨울을 나고 있었다. 

두루미는 보통 두 개의 알을 낳는데 이들을 모두 부화에 성공하여 월동지로 새끼를 무사히 데려오면 부모의 세력이 가장 왕성할 때라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주에서 10년 이상 재두루미를 꾸준히 관찰해 온 분에 의하면 새끼를 데려온 재두루미는 아직 한 쌍도 없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논에서 가을걷이를 하고 난 볏짚은 소먹이로 사용하기 위해 걷어가고 트랙터를 이용하여 언 땅이라도 쉽게 갈아엎는다. 

겨울이면 모든 농사일이 중단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두루미의 먹이가 허망하게 사라진다. 재두루미가 겨울을 나는 능서지역의 절반은 이미 땅을 갈아엎었고 계속해서 비닐하우스와 같은 인공구조물을 설치하고 있어 두루미가 살 수 있는 면적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그러므로 당장 두루미를 먹여 살리는 일이 급하게 되었다.

여주의 재두루미를 구하기 위해서는 우리 옆에 재두루미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봄, 여름, 가을 동안 사람이 살기 위해 땅을 사용하였다면 이제 겨울에는 재두루미가 그 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반대로 보면 재두루미들도 그 땅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이제 사람이 알아차려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탈곡을 한 볏짚을 치우지 말고 논에 그대로 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먹이로 판매하는 볏짚을 직불제와 같은 보조금의 형태로 지역의 농민에게 보상해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이를 하지 못한다면 시민들이 경작자로부터 직접 볏짚을 사는 운동을 벌여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재두루미가 사는 논에서 생산한 쌀에는 두루미 인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두루미를 살리겠다는 뜻을 가진 사람들은 좀 더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두루미를 위해 그 쌀을 사서 먹을 필요가 있다. 두루미 인증에는 볏짚을 치우지 말 것과 동시에 봄이 올 때까지 논갈이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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