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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57. 80세는 아직 어린아이
장주식 작가

사람이 오래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장수마을을 살펴보면 어떤 해답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오키나와 오기미 마을에는 장수촌 돌비석이 있는데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일부만 인용해 보겠습니다.

 

<우리 오기미촌 노인은 자연의 혜택으로 식량을 구하고 전통적인 음식문화 속에서 장수를 하고 인생을 즐거이 노래한다. 80세는 아직 어린아이이며, 90세가 되어 하늘에서 데리러 오면 100세까지 기다려 달라하고 돌려보낸다. 우리는 나이 들어 더욱 기운이 왕성하며 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박명윤, ‘청송건강칼럼’에서)

 

오키나와는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이 55명이라는 통계가 있는데요, 오기미 마을은 인구 3300명에 100세 이상이 13명(2011년 통계)입니다. 정말 대단한 장수마을이라 할 수 있는데 어떤 비결이 있을까요? ‘3無 원칙’ 등 다양한 얘기들이 전해지는데, 여러 가지 설명을 종합하여 한 문장으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적게 먹고 많이 일한다.’

 

적게 먹는 음식도 대부분 채식 위주입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공동체와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홀로 개인적인 생활을 하면 장수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파키스탄의 훈자마을과 중국의 위구르족 마을인 신장웨이우얼자치구도 세계적인 장수마을입니다. 훈자마을은 빙하가 녹은 물인 ‘훈자워터’라는 회색빛 생명수로 유명하고 위구르족 마을은 지방을 적게 먹고 신선한 과일을 많이 먹는 식습관을 가졌다고 합니다.

 

잘 살펴보면 세 곳의 중요한 공통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좋은 자연환경입니다. 맑은 물과 온화한 기후, 자급자족이 가능한 곡류 생산 등이죠. 그런데 지금 이들 장수마을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기후변화는 이들 장수마을이 누려온 훌륭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죠.

 

노자는 말합니다.

 

“세상은 꺼리고 피해야 할 것이 많아지면 백성들은 점점 가난해진다.”

 

꺼리고 피해야 할 것을 ‘기휘(忌諱)’라고 합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하고, 방사능 때문에 생선으로 요리한 음식을 피해야 합니다. 근처 비료공장에서 쏟아낸 폐수가 오염시킨 지하수를 먹다가 한 마을 주민의 1/3이 암에 걸려 죽어갑니다. 지하수 먹는 일을 피해야 하는데 그것을 미처 못한 것이죠. 지금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오염된 자연환경의 공격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노자는 또 말합니다.

 

“사람들 사이에 예리한 그릇이 많아지면 국가가 혼란스러워지고, 사람들이 기교가 많을수록 기이한 물건이 자꾸만 생산된다.”

 

예리한 그릇이라는 ‘이기(利器)’는 사람들이 서로 가지려고 다투는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위, 권력, 부, 명성 이런 것들도 이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이기를 다투게 되면 국가가 혼란스러워지는 거야 당연한 결과겠지요. ‘기교(伎巧)’는 과학기술문명이라고 풀이해 볼 수 있습니다. 인류가 이룩한 기술혁명은 정말로 ‘기이한 물건’을 많이도 생산했습니다. 기이한 물건은 인류를 점점 자연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기이한 물건의 재료가 되는 자연은 점점 고갈되어 갑니다.

 

노자는 또 말합니다.

 

“법령이 점점 많아지면 도적이 많이 생겨난다.”

 

사람들 사이에 이기를 다투고, 기이한 물건을 생산하고 소유권을 따지다 보면 결국 수많은 법령이 만들어집니다. 세세하게 규정하고 송사를 진행해야 하니까요. 물론 법령은 최대한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려고 하겠지요. 당연히 법을 따르게 되면 사사로운 이익은 제한될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법이 만든 그물을 피해 사익을 보호하려는 욕망이 꿈틀거리겠지요. 그 욕망에 따라 법을 피해가야 하니, 마침내 도적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기휘, 이기, 기교, 법령은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올 가능성이 몹시 커 보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자는 해법을 준비해 뒀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고요하고, 애써 일하려 들지 말고, 욕망을 없애라고 주문합니다.

 

오기미마을이나 훈자마을 같은 장수마을을 생각해 봅시다. 함께 모여 곡식을 생산하고, 조금씩 먹으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웃고, 그들은 그렇게 살았습니다. 저절로 조화롭고 저절로 부유하고 저절로 소박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렇게 100세를 넘기면 장수하는 삶을 삽니다. 이기나 기물이나 지위나 명성이나 부에 대한 욕망은 아예 모르는 삶인 것이죠.

 

노자에 따르면, 현대 우리는 이제 욕망으로 달리는 전차를 멈춰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 전차를 멈추지 않으면 장수는커녕 아주 단명하고 말 겁니다. 지나치게 많이 생산하면서 나누지는 않는 현대 문명은 심각하게 반성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반성에 따른 실천도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고, 곳곳에서 경고하고 있습니다.

 

<노자 도덕경 57장 : 以正治國(이정치국)하며 以奇用兵(이기용병)이나 以無事取天下(이무사취천하)하니 吾何以知其然哉(오하이지기연재)오? 以此(이차)이니라. 天下多忌諱(천하다기휘)이면 而民彌貧(이민미빈)하고 民多利器(민다리기)이면 國家滋昏(국가자혼)하고 人多伎巧(인다기교)이면 奇物滋起(기물자기)하며 法令滋彰(법령자창)이면 盜賊多有(도적다유)이니 故聖人云(고성인운)하기를 我無爲而民自化(아무위이민자화)하고 我好靜而民自正(아호정이민자정)하고 我無事而民自富(아무사이민자부)하며 我無欲而民自樸(아무욕이민자박)하나니라.

 

바름으로써 나라를 다스리고 변화로써 군사를 부리지만 ‘하는 일 없음’이라야 천하를 얻을 수 있다. 내가 어떻게 그런 까닭을 아는가? 아래와 같은 일들 때문이다. 세상은 꺼리고 피해야 하는 것이 많을수록 백성들은 점점 가난해지고, 사람들 사이에 예리한 그릇이 많을수록 국가는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사람들이 기교가 많을수록 기이한 물건이 자꾸만 생겨나며, 법령이 많아지고 뚜렷할수록 도적이 많이 생겨난다. 그러므로 성인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백성은 스스로 변화하고, 내가 고요함을 좋아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바르게 되며, 내가 애써 일하지 않아도 백성들은 저절로 부유해지며, 내가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백성은 저절로 통나무처럼 소박하다.”

장주식 작가  yeojupe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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