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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워라밸과 몸값워라벨, 참 좋은 말이지만 공직에는 희생도 필요해

몸값은 공직 근육을 키워야할 초년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조용연 주필

공직에 투신하여 한평생을 보냈다는 말을 훈장처럼 여기고 살아온 세대가 있다. 새마을 삽을 들고 마을마다 독려방문을 나서던 아버지의 도시락을 기억하는 세대들도 이제 은퇴의 대열에 합류했다. 경기가 나쁘니 어쩌니 해도 살만해진 세상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세상은 그만큼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얼마 전, 대통령은 신임공무원들과 점심을 들면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강조했다. “열심히 하되 휴식과 자유를, 공무원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이 해진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한 철학이 담겨 있어 청춘들은 감격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총론은 지당하지만 각론은 어색하다. “자신을 공직에 전부 다 바치거나 희생할 필요는 없다‘”는 말에 이르면 정말 그런 워딩이 있었는지 의아할 정도다. 공직에 첫발을 디디는 사람들에게 주는 훈화치고는 어째 엇박자가 나는 듯싶다.

공직에 첫발을 들여놓으면 우선 몸값을 키워야 한다. 이건 비단 공무원뿐만이 아니라 세상살이의 이치가 그렇다. 몸값이 없으면 일생을 비굴하게 살아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분량의 일에도 공무원의 숫자는 중년의 옆구리 살처럼 사정없이 늘어난다는 ’파킨슨의 법칙‘은 예외 없이 공직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니까 공무의 분량과 공무원의 숫자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청소 차원에서도 인력을 감원하여 일선으로 솎아내는 작업을 할 때 몸값 없는 공무원부터 잘려나간다는 것은 똘똘이 상식이다. 공직에서 몸값은 우선 공직 근육을 키우는 데서 출발한다. 축구 코리아의 기린아 손홍민의 축구 근육은 그의 재능을 알아본 아버지가 유소년 시절부터 그에게 맞도록 집중적으로 키워준 데서 출발했다. 공직에서 출발하는 순간부터 워라밸을 추구하는 분위기는 이미 공직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자리 잡아 왔다. 신임 교육기관에서 높은 성적은 일이 편한 지역과 부서로 가는 스펙이다. 근무하기 수월한 곳이 어딘가 하고 자기들끼리 ’사발통문‘을 돌리는 일부터 출발하는 세태다. 무슨 살인적인 근무로 쓰러질 지경도 아니다. 지금 사무실에서 비상근무을 하거나 야전침대를 놓고 일을 하라고 요구하는 상사도 없을뿐더러 그런 시대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오히려 워라밸의 추구보다 기초전문지식의 집중습득에 주력해야 공직 근육이 단련되고 몸값이 올라가야 자긍심이 생기는 것이다. 어디가 편한 곳인지를 찾아 워라밸이라는 미명 아래 적당히 일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서 철밥통이 되어가는 공무원 자신이야말로 함량 미달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열심히 일하되‘ 라는 단서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그 ’열심‘에는 절대 시간이 투여되어야 성과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초임 시절에는 가급적 ’일이 많은 곳‘을 자원해야 한다. 일이 많은 곳은 그만큼 다양한 일이 있고, 다양한 갈등이 있으며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가며 기초를 다지는 훈련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초장부터 워라밸을 추구한다고 한 발 빼고 있다 보면 어느새 후임들은 치고 올라오고, 자기 안에 축적된 공직역량의 절대량이 빈곤하여 점점 인공위성처럼 밀려나 있는 자신을 발견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자신의 몸값은 누가 가장 잘 아는가. 상사인가? 부하인가? 동료인가?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자기의 몸값을 뼈저리게 아는 법이다. 몸값이 없다는 사실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그 비굴한 자의식은 지나가는 세월 속에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자동승진의 은전 속에서 한 조직의 ’팀장‘을 맡고서도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뱃심이 없어 ’스스로의 저평가‘에 시달리게 된다. “무슨 소리인가? 나는 현실에 만족해”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또박또박 나오는 월급 덕분에 사는 봉급쟁이 삶에 만족한다면 그야말로 우리가 내는 피 같은 세금이 아깝지 않은가.

공무원도 인간이므로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지당한 말씀이다. 그러나 공직에는 공직의 가치가 있으므로 때로 희생이 전제되어야 할 때가 있다. 그 희생에 나라가 제대로 보답해주면 된다. 국민이 월급 값도 못 하는 공무원들을 철밥통이라고 비난할 때 공무원연금은 더 깎아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워라밸은 적어도 공무원 초임자들에게는 잠시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야 한다. 아직 순수한 공무 초년생들이 대통령의 깊은 뜻을 오해 할까봐 걱정이다. 우선 몸값을 생각해서라도 기초 근육을 위해 바벨을 들어야 한다.

조용연 주필  yeoju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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