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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카더라’와 중국발 신종 바이러스국경 없는 방역전선, 온갖 군상들의 서글픈 백태

신춘에 터진 우한폐렴, 세계가 떨고 마스크가 동났다

조용연 주필

2004년 8월 베이징에 주중한국대사관에 부임하자, 1년 전의 일인 ‘사스’때의 무용담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치사율 10%라는 공포 속에 북경에 주재하는 외국대사관은 전면 폐쇄하고, 철수하는 속에 한국대사관만은 끝까지 남아 영사업무를 보았다. 그런 가운데 유독 한국인이 사스에 걸리지 않는 것은 ‘김치’를 먹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주중 한국대사는 본국에 협조를 요청하여 엄청난 양의 김치를 들여와 그 와중에  중국지도부의 자택으로 일일이 배송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 고위인사들은 진심으로 머리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중국의 서민들도 마지막까지 떠나지 않고 남아준 대한민국에 대해 두고두고 말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을 실천한 것이다. 사실 그 시기의 북경 생활은 한국 사람에 대한 호감과 더불어 비교적 저렴한 물가와 환율 덕분에 살만했다.

17년이 지나 다시 중국 우한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5일 현재 우한 폐렴으로 중국에서는 확진자가 23,000명을 넘어서고, 사망도 496명으로 사스때 피해를 훌쩍 넘어섰다. 우리나라 확진자도 18명으로 불어났다. 단기간에 끝나기는 어려워 4~5월이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잇따른다. 60%에 이르는 중국의 도시화, 그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커진 경제력만큼이나 글로벌 방역이 절실해졌다.

우한 바이러스의 전파속도보다 더 빠르게 공포는 부풀려져 지구촌 곳곳에 도달한다. 지금까지어느 것도 속 시원하게 발표를 하는 중국 정부가 아니었기에 그들은 진실을 감추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도 싸게 생겼다.

때론 부풀리고, 때론 충돌하는 ‘카더라’와 ‘팩트’가 엉뚱한 소문의 변종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며 범세계적 공포의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활개를 친다.

박쥐를 먹는 중국인에 대한 괴담, 곧 있을 대규모 연례 정치행사 <양회>를 앞두고 쉬쉬했다는 후베이성 관리들의 꼼수, 우한 세균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흘러나왔을지도 모른다는 그럴싸한 추측이 ‘못 믿을 중국’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두어 세기 전 유행했던 ‘황화론’까지 들먹이며, 유럽인의 ‘시노포비아’(중국인 혐오)는 급기야 아시아 황인종까지 싸잡아 그들이 저마다 사는 터전에서 거북한 존재로 몰아가고 있다.

대립과 갈등이 세계에서 손꼽는 수준인 오늘의 대한민국이 ‘카더라’의 진흙탕을 피해 갈 리 없다. 정치공학적, 음모론적 정체불명의 논평은 가뜩이나 분노로 가득 찬 사회를 격랑으로 내몬다. 우리 쓸 것도 없는 데 ‘사드 배치’를 트집 잡아 여전히 몽니 부리는 중국에다 수백만 장의 마스크를 갖다 바치는 게 ‘신사대주의 조공’이 아니면 뭐냐고 힐난한다. 야반도주하듯 전세기를 띄워 우한 교민을 데려 나왔다고 비난하지만 대낮에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중국의 심정도 이해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 전세기가 김포공항에 내리면 안 된다고 성명을 내는 국회의원의 모습에서 우리는 실소한다. 천안의 어느 연수원으로 정해졌다던 수용시설이 하루 만에 아산 경찰인재교육원과과 진천의 국가인재교육원으로 바뀌자, 발끈한 주민들은 트랙터로 길을 막고 드러누웠다. 힘 있는 여당의 천안을 피해 힘없는 야당 국회의원 탓에 아산으로 바꾼 것이라고.... 전혀 틀린 말도 아니다. 그래도 우리 국민은 정이 있다. 스스로 시위를 풀고, 현수막을 거두며 “중국교민이 미운 것이 아니라 정치적 속셈으로 하루아침에 장소를 바꾼 정부를 비난하는 것”이라며 쾌유와 음식까지 제공하는 대목에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러다가는 바이러스 감염에서 사망에 이르는 경로를 실감나게 묘사한, 2011년 스티븐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컨테이젼’(Contagion,감염)을 능가하는 한국판이 나오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가짜뉴스와 팩트가 뒤엉켜 있다. 뒤늦게나마 중국여행을 금지하고, 후베이 여행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조치는 다행이다. 2015년 메르스로 방역의 구멍이 뚫려 사과해야 했던, 한국 최고라는 삼성병원의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 전염병 전파 차단을 위한 대규모 격리시설의 요건을 갖춘 공공장소를 미리 공시하여 대비해야 한다. 이러다가 새로 짓는 공무원연수원은 좀 더 산골짜기로 숨어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나마 특별권력관계 아래에 놓여 군말 없이 수용시설을 내놓고, 헌신하는 공무원의 노고가 각별하다. 아무튼 하루 빨리 마무리되어 다행스런 ‘신종바이러스’ 비상사태로 끝나야 할 텐데 걱정이다.

조용연 주필  yeoju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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