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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55

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55

  • 기자명 장주식 작가
  • 입력 2020.02.0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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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미인을 얻고자 하면 아무도 미인을 얻지 못한다

장주식 작가

론 하워드 감독이 만든 영화 <뷰티플 마인드>는 존 내시의 삶을 그린 전기영화입니다. 2001년에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고 한국에는 2002년에 개봉했지요.

존 내시는 게임 이론으로 199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합니다. ‘내시균형이론’으로 잘 알려진 그의 이론은 20대 초반 대학을 다닐 때 쓴 논문이 바탕이 된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그 장면이 이렇게 나옵니다. 내시가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 놀러 갔습니다. 술집에 한 무리 여성이 들어오고 눈에 확 띄는 금발미인이 있습니다. 금발미인을 보고 친구들은 대화를 나눕니다. 금발미인을 차지하기 위해서 ‘결투로 결판낼까?’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한 친구가 말합니다.

“너희들 까먹었어? 근대경제학의 아버지인 아담스미스의 이론을 생각해 봐.”

그러자 합창을 합니다.

“경쟁에서 개개인의 야망은 집단의 이익에 이바지한다.”

“맞아.”

“지당한 말씀.”

그래서 각자 최선을 다해 금발미인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누구든지 금발미인의 마음을 얻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친구들 집단의 이익이 되는 것이고요. 그런데 친구들 대화를 듣고 있던 내시는 말합니다.

“아담스미스는 틀렸어.”

“뭣?”

“우리가 금발미인과 사귀려고 쟁탈전을 벌이면 아무도 얻지 못해. 하지만 아무도 금발미인을 넘보지 않으면 쟁탈전도 없지. 그게 다 같이 이기는 길이야.”

여기서 존 내시는 뒷날 노벨상을 받게 되는 게임이론 곧 ‘내시균형이론’을 발견하게 됩니다. 개개인이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면 집단에게도 이익이 되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아담스미스의 경제학이론입니다. 그런데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두 죄수가 각각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을 해도 둘 모두에게 나쁜 결과로 수렴됩니다.

죄수 A와 B가 있습니다. 두 죄수는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자백을 할 수 있습니다.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하면 둘 다 무죄 방면입니다. 둘 다 자백하면 3년형을 삽니다. 그런데 A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B가 자백하면 A는 10년, B는 3년입니다. 반대로 A가 자백하고 B가 묵비권을 행사하면 A는 3년, B는 10년형입니다. 어떻게 될까요?

두 죄수 모두에게 최상의 결과는 무죄 방면입니다. 그러자면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하면 됩니다.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인 것이죠. 그런데 딜레마 게임의 결과는 대부분 둘 다 3년형을 받는 것으로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A와 B는 고민 끝에 자백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최상의 선택인 묵비권을 행사할 것이라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묵비권이라는 최상의 선택을 하더라도, 만에 하나 상대가 자백을 해버리면 나는 10년형을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고민 끝에 결국 A와 B는 자백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바로 여기서 최선의 선택이 집단(두 죄수)에게 최상의 결과로 나오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상의 결과가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대에 대한 신뢰’입니다. 그래서 존 내시는 이렇게 말하게 되는 것이죠.

“최상의 결과는 자기 자신은 물론 소속된 집단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때 실현된다.”

자기에게 최상의 결과가 됨은 물론 상대에게도 최상이 결과가 나오는 선택을 하면 된다는 것이죠. 죄수 A와 B가 서로에게 최상의 결과인 묵비권을 행사하는 선택 말입니다. 그런데 이 선택에는 ‘타자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아름다운 마음’ 곧 ‘뷰티플 마인드’라고 하고 ‘내시균형’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노자는 말합니다.

“내 생애에 이로움 주는 걸 상서롭다하는데, 내 생활에 이로움을 주는 일에는 내 마음이 기운을 잘 부려서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물은 강하고 씩씩하면 곧 늙고 쇠하기 마련이라 강장(强壯)은 도의 길이 아니다. 도의 길을 가지 않으면 일찍 죽는다.”

그렇습니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보면 마음이며 기운이 강해져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집니다. 이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강장’하기만 하면 부드러움을 잃어 일찍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죠. 여기서 나는 ‘부드러움’을 뷰티플 마인드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조화’라고도 할 수 있고 ‘늘 그러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더 쉬운 말은 ‘이타성’도 되겠군요. 요즘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토론 거리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도 뷰티플마인드가 바탕이 될 때 현실화 될 수 있을 겁니다. 기본소득은 우리 모두의 권리라는 것을 공감하고 인정하는 아름다운 마음 말입니다.

 

<노자 도덕경 55장 : 含德之厚(함덕지후)는 比於赤子(비어적자)하나니라. 蜂蠆虺蛇不螫(봉채훼사불석)하고 猛獸不據(맹수불거)하며 攫鳥不搏(확조불박)하며 骨弱筋柔而握固(골약근유이악고)하나니라. 未知牝牡之合而脧作(미지빈모지합이최작)은 精之至也(정지지야)이며 終日號而不嗄(종일호이불사)는 和之至也(화지지야)라. 知和曰常(지화왈상)이요 知常曰明(지상왈명)인데 益生曰祥(익생왈상)은 心使氣曰强(심사기왈강)하나니 物壯則老(물장즉로)는 謂之不道(위지불도) 하므로 不道早已(불도조이)하나니라.>

품은 덕이 두터운 사람을 어린아이 같다고 한다. 어린아이는 벌과 전갈과 살무사도 쏘거나 물지 않고 맹수가 움키지 않으며 할퀴는 새가 발톱으로 잡지 않으며, 뼈가 약하고 근육은 물렁하나 잡는 건 견고하다. 어린아이가 음양교섭의 이치를 아직 모르지만 양기가 발기하는 건 정기가 지극함이며 온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 건 조화가 지극함이다. 조화를 알면 늘 그러하다 하고, 늘 그러함을 아는 것을 밝음이라 한다. 내 생애에 이로움 주는 걸 상서롭다하는데, 내 생활에 이로움을 주는 일에는 내 마음이 기운을 잘 부려서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물은 강하고 씩씩하면 곧 늙고 쇠하기 마련이라 강장(强壯)은 도의 길이 아니기에 그렇다. 도의 길을 가지 않으면 일찍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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