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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데이터 3법’인가? ‘데이터 악법’인가?
이장호 /여주신문 대기자

‘1234만 경기도민의 개인 의료정보 다 털렸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다는 것이고 어쩌면 멀지 않은 시간이 지난 후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 이유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소위 데이터 3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데이터 3법은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생법안 198건에 포함된 것으로, 이름을 가린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정보에서 특정한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명처리 된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의 경우 특정 개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법이 규정한 목적에 적합하다면 활용할 수 있다. 또 법·제도를 악용해 가명정보로 특정 개인 식별을 막기 위한 형사처벌 조항 등을 법에 명시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2018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데이터경제 활성화 규제혁신 현장방문에서 “개인과 관련한 정보를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로 구분하여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하고, 가명정보는 개인정보화 할 수 없도록 확실한 안전장치 후 활용할 수 있게 하며, 개인정보화 할 수 없는 익명정보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경제 활성화, 데이터 규제혁신, 4차 산업혁명 성장, 데이터와 인공지능 결합의 신산업, 데이터 개방과 공유 등의 표현으로 온갖 장밋빛이 가득 찬 미래와 함께 “신기술과 신산업,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개인정보 보호의 원칙을 분명하게 지키면서 안전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필자에 눈에는 포털·통신·금융·보건의료 기업들은 가명처리 된 개인정보를 판매하거나 공유, 결합해 수익을 올리지만, 정보주체인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가명화해 제공하지 않을 권리는 전혀 보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가명화한 정보가 안전하다는 주장이지만, 관련 데이터를 빅데이터와 결합하면 가명정보에서 실명정보를 추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필자가 이런 우려를 하는 것은 지난 2017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심평원이 2014년 7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민간 보험사와 민간 보험연구기관에 무려 87건 1억명분의 진료데이터 정보를 돈을 받고 제공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에 넘긴 ‘표본 데이터셋’은 전체·입원·고령·소아청소년·환자로 구분된 자료로 성별·연령 등 일반적인 내용뿐 아니라 진료기록과 건강검진, 원외처방내역 등 개인건강정보는 물론 의약품안전사용정보, 의약품 유통, 의료기관 인력과 장비 등 의료자원 정보까지 담겨있었다.

심평원은 “표본 데이터셋은 ‘비식별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개인을 특정할 수 없음은 물론 표본 데이터셋 제공시 ‘학술연구용 이외의 정책, 영리목적으로 사용불가하다’는 서약서를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제 개정된 데이터 3법이 시행되면 이런 해명을 할 필요도 없게 된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학술·연구의 목적으로 제공할 때도 촘촘한 규제가 필요하다. 하물며 4차 산업으로 포장된 상업적 이용은 더 강한 규제가 따라야 한다.

현실적으로 보면 민간기업이 수집한 개인정보가 수시로 털리고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인진료정보를 비식별화해서 돈을 받고 제공하니, 대한민국 국민의 개인정보는 이미 세계적인 공공재의 반열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데이터라는 말로 포장한 개인정보의 활용을 위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면 우선은 순수한 학술연구 영역에서부터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저마다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고 있는 2020년 1월, 대한민국의 2차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산업재해로 죽어 가고 있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정말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이장호 기자  yeojupe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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