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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영원한 흙수저 예수님
박관우 편집국장

12월 25일.

취재를 핑계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천송교회를 찾았다. 신자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규모인 이 작은 교회는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여주시에 있는 원불교도와 무신론자들이 함께 모여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예배를 드린다.

어릴 때 어머니 때문에 재미있는 일요일 아침 만화를 포기하고 헌금할 100원을 들고 가던 교회에 대한 기억과 중학교 시절 실로암이라는 노래가 유행할 때 가본 기억이 새삼스럽다. 고등학교 때는 교회마다 결성된 학생부 친구들이 여는 ‘무슨무슨밤’에 끌려다녔다. 지금은 새로운 건물로 이사 갔지만 한글시장 가운데 돌로 지어진 오래된 중앙감리교회 건물에서는 ‘금관의 예수’ 연극을 했다. 대사도 잘 전달되지 않고 내용도 잘 모르겠고 우울하고 지루했지만 연극이 끝나고 실로암 부를 때만 즐거웠던 것 같다.

그리고 30년 이상 교회를 가본 적이 없다. 궁금하지도 않았고 신비로운 현상과 영적인 것을 비과학적이라고 믿고 오직 이성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1년 만에 찾은 교회 목사님은 즐거운 표정이셨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찾았으니 예수님의 탄생이 이 작은 교회에 기쁨인 것이 분명했다. 분홍색 주보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들뜬 분위기를 더하고 특별찬양으로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거룩한 밤’도 색달랐다.

목사님은 설교의 제목을 ‘영원한 흙수저 예수’로 잡았다.

“성경에 의하면 예수님은 재물이 넘치는 곳, 권력이 넘치는 곳이 아닌 소외되고 천하고 아프고 낮은 곳에 함께 계셨다.”며 “십자가는 고난의 상징이지 영광의 상징”이 아니라고 강조하신다.

자신도 여관비를 낼 수 없어 말구유에서 태어난 예수. 그가 지금 오신다면 타락한 교회에 오시겠는가 묻는다.

영원한 흙수저이며 흙수저들의 친구인 예수의 탄생을 기억하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다시 되새긴다.

그리고 금관의예수 찬송을 하신다. 30년만에 교회에서 다시 듣게 되었다.

신비로운 영적 존재를 믿지 않지만 석가모니와 예수의 삶을 인류의 스승으로서 존경하며 배우려고 하는 마음가짐은 항상 갖고 살았다.

그러나 요즘 물의를 일으키는 종교지도자를 보면 얼굴이 돌려진다.

왜 예수의 삶이나 가르침과 다르게 행동할까? 숭고한 희생, 사랑 이런 가치는 어디에 갔는지 묻고 싶을때가 많다.

무속과 다르지 않은 기복신앙이 되어버린 기독교를 보며 예수님이 얼마나 한탄하실지 생각해 본다.

1부 예배가 끝나고 다함께 준비된 만두국을 먹었다.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누구는 떡을 내고 누구는 과일을 내어 나누었다.

가난한 교회, 그러나 따듯한 마음들이 모여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이곳에 예수님의 사랑과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박관우 기자  pkw39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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