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가난한 가정의 아이가 공부해서 인생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최연소 총리인 산나 마린(34) 핀란드 총리의 말이다.
크게 8개의 정당이 있는 핀란드에서 지난 10일 새로 구성된 핀란드 연립 정권의 19개 장관직 가운데 12개는 여성이 임명됐고 그 중 4명은 30대 여성이다.
외신을 비롯해 우리나라 언론들도 핀란드 새 내각의 ‘여성 천하’를 다루며 핀란드의 활발한 여성 정치참여를 집중 조명했다.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지난 3월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19년 ‘유리천장 지수’에서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9개국 중 4위며 우리나라는 최하위라는 평가도 잊지 않았다.
이 소식을 접하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근 우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거법 개정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각 정당이 쏟아내는 말들은 누가 봐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치졸한 말장난일 뿐, 국민들이 원하는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는 대한민국 국회를 만들기 위한 우국충정이나 철학적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국회의원들이 만들어 내는 선거법개정안은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더할 뿐이다.
30대 여성들이 총리와 장관을 맡은 핀란드는 만 18세면 선거권은 물론 피선거권이 주어진다. 만 18세면 지방의회 의원뿐 아니라 국회의원이나 대통령도 될 수 있다. 지방의회 의원·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출마할 수 있는 나이는 만 25세 이상이고 대통령은 만 40세 이상으로 정한 대한민국에서는 성별을 불문하고 30대가 총리는 고사하고 장관이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또 다양한 소수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국회에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 도입된 비례대표제도 역시 돈 없고 ‘빽’ 없는 청년들에게는 요원한 일이며,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지난 2018년 6월 헌법재판소는 국회·지방의회 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출마할 수 있는 나이를 25세 이상으로 정한 것이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국회의원 등 대의기관에는 그 지위와 권한에 상응하는 대의활동능력 및 정치적 인식 능력이 요청된다”고 밝혔다. 또 “이에 상응하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기 위해 요구되는 교육과정과 직간접적 경험을 쌓는데 소요되는 최소한의 기간, 선출직 공무원 후보자에 대해 기대되는 납세·병역 의무 이행에 필요한 기간 등을 고려할 때 25세 미만 국민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헌재의 이런 결정은 만 20세 이상이면 투표는 할 수 있지만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다는 이율배반적인 법은 외면하고 “만 25세 이하는 지위와 권한에 상응하는 대의활동능력 및 정치적 인식 능력이 없다”는 결정을 한 것과 다름이 없다.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은 16세 이상이면 오토바이로 불리는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18세 이상이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면허를 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18세 이상인 사람에게 자동차를 운전할 자격을 주는 것은 자신의 목숨뿐 아니라 도로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생명에 대해서도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숨을 책임질 수 있는 사리분별이 있다면 마땅히 투표와 선거라는 정치행위도 할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그 책임과 의무를 수행할 무게가 같아야 하므로 공직선거에 대한 나이를 낮춰야 한다. 투표는 하지만 출마를 말라는 이런 악법을 만든 대한민국 정당들은 ‘청년’을 그저 표를 받기위한 빨대일 뿐 ‘산나 마린’과 같은 국가 수반으로 성장시킬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